매일신문

[야고부]명품 숲

대구 출신의 해외 교민들이나 오래전 대구에 한두 번 들렀던 외지인들이 오랜만에 대구에 오면 흔히들 말한다. "대구가 참 달라졌다"고. 무엇보다 거리에 나무가 많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동대구로의 사철 검푸른 히말라야 시더 가로수길은 대구를 처음 찾은 외지인들에게 매우 강한 첫인상을 안겨준다. 쭉쭉 뻗은 거목들의 행렬은 한눈에도 대구라는 도시의 만만찮은 관록과 뚝심을 엿보게 한다.(태풍 때문에 여름철에 오히려 대량 가지치기를 당해 빈약해 보이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범어로터리~수성못 구간의 풍성한 가로수들 역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하다. 뿐인가. 국채보상기념 공원 주변의 단풍나무길, 봄이면 두류공원과 앞산공원, 만촌동 인근을 '판타스틱하게' 바꾸어주는 벚나무길, 팔공산 주변의 은행나무, 벚나무, 단풍나무길 등은 이 도시에서 보석과도 같다. 그것들이 사계절 내내 우리에게 안겨주는 심적 위안과 즐거움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전국 시도 중 가장 넓은 1인당 숲 면적 9.3㎡.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고 찜통 도시'의 타이틀을 타지역으로 넘긴 것도 그 덕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국제적 안목으로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녹지대가 많다. 도쿄(東京)의 경우만 해도 우에노'요요기 공원 등 수령 수백년의 거목들이 즐비한 대규모 공원들과 울창한 숲이 우거진 메이지 신궁 등 숲의 명소들이 곳곳에 많다.

대구시가 작년부터 오는 2011년까지 5년간 펼치고 있는 제2차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콘셉트가 '명품 숲' 조성 쪽으로 방향이 맞춰졌다. 1996년부터 10년 동안 펼쳐온 1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의 연장선상에서 3천980억원의 예산을 들여 400만그루의 나무를 추가로 심을 것이라 한다. 다른 점은 나무심기의 양적 확대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부터는 질적 수준 높이기에 초점을 둔다는 것.

대구가 답답한 盆地(분지)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인 나무 심기 외에 달리 대안이 없어보인다. 대구엔 아직 뚜렷한 랜드마크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도, 환경도 싱싱하게 살아나는 녹색 명품 숲들로 그린 랜드마크를 가꿔보는 것이 어떨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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