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신병을 비관한 당시 56세의 범인은 휘발유통에 불을 붙인 뒤 객차 바닥에 뿌려 지하철 객차 12량을 한순간에 불구덩이로 만들었다. 세계가 놀란 대참사였다.
사고 이후 검경의 사건 수사와는 별도로 대구시와 지하철본부는 물론 정부합동조사반의 사고 조사와 건교부 지하철 안전관리실태 특별점검이 요란을 떨었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학과 시민단체들은 심포지엄을 열었고 수많은 대책들이 쏟아졌다. 5주기 추모식이 열린 날에도 '대구지하철 참사'를 주제로 시민안전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렇게 지하철 참사를 잊지말자 하면서도 숭례문 방화라는 우리 사회의 허점을 또 한번 드러냈다.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역사의 상징을 속절없이 불태우고 말았다. 진화 중 소방재난본부와 문화재청 간의 전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양측의 결정과 책임을 둘러싼 말싸움이나 문화재청과 서울시 중구청의 관리 실태는 화재 이상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대구 지하철은 승객들이 피로를 느낄 정도로 운행 중 방송과 스크린 자막을 통해 전국 어느 도시보다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지하철 전동차를 불연재로 바꾸고 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고 역 구내에 화재를 대비한 제연설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CCTV가 설치되고 기관사와 역무실에 다자간 통신 채널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민 모두가 우리사회의 안전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는 첫째 규칙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구 지하철 5주기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삼가 지하철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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