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에너지·소재 등 세계적인 종합과학회사인 듀퐁은 '캐블라'라는 등록상품으로 자동차엔진 유압호스 강화섬유 시장을 좌지우지해왔다. 하지만 듀퐁의 독주는 1990년대 후반 도전을 맞는다.
지역의 중소기업 (주)거성산업자재(대표 문구의)가 1996년 성능은 캐블라에 버금가면서도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하고, 그것도 폴리에스터로 대체한 원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 제품은 1999년 특허를 받고 듀퐁과 경쟁하고 있다.
산업자재용 섬유(차양막, 카시트, 에어백, 스포츠용 층 의류·기능성 소재, 자동차엔진 유압호스 강화섬유, 울팩) 생산 전문 업체인 거성산업자재(청도 풍각농공단지·반야월)는 국내 및 세계 '최초'기록을 많이 갖고 있다. 거성의 기술력은 오스트레일리아 농림부(울팩·Wool Pack), 국방부(캐모프러지 원단), 나이키·노스페이스(스포츠의류 소재) 등 엄격한 조건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회사와 기관에 납품하는 것에서도 검증되고 있다.
◆시작만 하면 최초
1985년 설립된 거성산업자재(옛 거성직물)는 '창의없는 미래없고, 도전없는 기회없다'는 사훈처럼 20여년간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많은 일을 쳤다.
1985년부터 4년간 당시 대농과 함께 국내 최초로 의류용 마직물(린넨)을 개발·생산했고 1991년에는 의류용 스판덱스(spandex)를 국내에서 초기생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가방 소재인 코드라(가방지)를 고려합섬과 국내 최초로 공동개발했다.
거성의 기술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울팩(양털과 양모 원면을 담는 자루). 양모는 다른 소재와 친화성이 약하다. 거성은 물성(物性)이 나일론과는 유사하다는데 착안, 2년여의 연구 끝에 나일론 직물을 이용한 팩을 1995년 개발해 호주 농림부 산하 Awex에 납품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획득했다. 이는 봉제기술, 마찰력, 강도 등 300여가지의 규정을 충족시켜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공정이어서 대기업도 해내지 못한 성과였다.
◆브랜드와 생산품
신기술 제품이 있어도 마케팅능력이 따라주지 못해 기업성장에 한계를 느낀 거성은 2000년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이 직사광선이나 비를 차단하기 위한 차양시스템. 미국 뉴욕의 바이어가 생산의뢰를 한 것이 계기였다.
미국 등 선진국은 대부분 광고판과 겸해 아크릴 소재로 차양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거성은 섬유(텍스타일) 소재로 된 차양막을 개발했다. 2004년 매출 80억원일때 60억원을 투자, 독일 바막사로부터 국내 최초로 원착사(칼라실) 설비를 도입하면서 가능했다. 당시 국내에는 원착사 기술자도 없었다. 거성은 이 설비로 대기업도 두 가지(black, oliver) 색상을 주로 생산했지만 100가지 색상의 원착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
거성은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차양막 시장을 좌우하는 글렌 레이븐(Glen Raven)과 경쟁할 수 있게 됐고 오히려 보트커버용 원착사는 글렌 레이븐에 역수출까지 하게 됐다.
거성은 최초의 자사 차양막 브랜드인 '레톰(LETOM)'으로 국내외 시장 개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문찬 전무이사는 "텍스타일 차양막은 '컬러풀 대구', 섬유도시 대구를 표현할 수 있는 소재다"며 "버스정류장 가리개나 광고판, 건물 곳곳에 고급스런 원단소재로 차양막을 설치하면 대구의 이미지를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차양막 시장은 아크릴 차양막이 대세여서 폴리에스테르 차양막 시장을 창출하는 것과 수입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차양막 시장을 가격경쟁력이 높은 거성 제품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거성은 최근 카시트와 에어백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경쟁기업에서 소기업으로는 다들 무리라고 했지만 최근 현대·기아차 2차 밴더 자격으로 두올, 코오롱글로텍, 대우인터내셔널 등 1차 밴더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
거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체에 무해한 원착사에다 환경피해가 거의 없는 제직, 난연까지 가능한 일괄 공정시스템을 갖춘 업체다. 원사생산·가공에서부터 제직, 염색/가공까지 친환경·인체무해 시스템이다.
거성이 오늘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문구의 대표의 '기술제일주의'신념 때문에 가능했다. 섬유업계 현장에서 20여년을 몸담으면서 체득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문 대표는 연구원들과 함께 직접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자력으로 힘들 때는 한국섬유공학회, 대학, 생산기술연구원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애로기술을 해결했다.
거성은 조만간 Oeko Tex(섬유생태계학 연구실험 국제연합회)로부터 섬유제품 품질검증·유해물질시험통과 인증(외코텍스 스탠더드 100)을 받는다. 미국, 일본, 중국, 타이베이, 호주 등 6개국에 원착사 관련 국제특허, 고압 호스용사 특허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 신기술 개발에 전력했는데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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