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제는 경북도교육청 사이버 논술 교실(http://www.kben.org)의 2007학년도 1학기 제1회 고등학교 1, 2학년용 문제입니다. 본 논제는 서구화되고 산업화된 현대 사회의 '명품 선호'나 '거짓 합치 효과'와 같은 문제점들의 본질을 분석하고 동아시아의 문화적인 전통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보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제된 문제입니다.
'문제 게시판'의 301번 자료와 '논술 첨삭(고)' 게시판의 615번 자료를 참고하세요.
1)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이름의 왕비가 살았다.(1.1) 그녀는 빵을 달라는 시민들의 원성에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라고 말했다.(1.2) 서민들의 생활이 자신의 생활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1.3)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으로 일반화시킬 때 이 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1.4) 제시문 (나)의 경우가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은 형식의 잘못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1.5) 제시문 (나)에 나타나 있는 '거짓 합치 효과'란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는 현상을 일컫는다.(1.6) 자신이 빵이 없을 때 과자를 먹듯이 백성들도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종의 거짓 합치 효과인 것이다.(1.7) 제시문 (가) 역시 관점에 있어서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데 제시문 (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1.8) LG전자와 프라다는 프라다폰을 명품 휴대 전화로 만들고자 한다.(1.9) 사람들이 프라다폰을 명품 휴대폰으로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프라다폰과 관련된 모든 것에 차별을 둔다.(1.10) 이것은 다른 사람도 내가 원하는 대로, 즉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그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강요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1.11)
2)두 관점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자기 마음대로 치부해 버리고 말 것인지, 더 나아가 그의 생각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것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공통된 문제를 유발한다.(2.1) 새뮤얼 헌팅턴이 예상했듯 여러 문화권들이 서로 충돌하며 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그 중심에는 위에서 살펴본 관점의 오류가 있다.(2.2) 서로 다른 문화권이 마찰없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것은 불가능하다.(2.3) 한 예로 동아시아 문화권과 서구 문화권의 관계를 들 수 있다.(2.4) 유교적인 가치체계와 가족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사회에 개인주의적인 서구 사회의 문화와 제도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2.5) 그러나 (가)의 관점을 가진 이들이 아시아 사회에 서구 문화를 강요하고 있다.(2.6) 그로 인해 근본이 흔들린 아시아 사회는 혼란에 빠져 있다.(2.7) (나)의 관점을 가진 사람들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2.8) 아시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서구 사람들과 같다고 믿고, 그러한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아시아인을 발견하면 이상하게 여기고 뒤떨어진 존재로 받아들인다.(2.9) 그들은 자신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세계화는 오히려 분열로 귀결된다.(2.10)
3)시대에 맞지 않는 관점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3.1) 사고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듯 너무 폐쇄적이거나 너무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해결하는 데에도 오랜 노력이 따른다.(3.2)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세대에게 서로 다른 문화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심어주어야 하며 이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 대하여 관용의 정신을 지닐 것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의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3.3) 이를 위해서 교과서에 모든 문화권의 장점을 고루 부각시킨 내용을 담는 것도 한 방법이다.(3.4) 대중 매체 또한 특정 문화권의 사람을 나쁘게 표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3.5)
남에게 나의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는 것, 혹은 남의 생각과 행동이 나의 것과 같다고 치부해 버리는 오류는 세계화 시대에 치명적인 걸림돌이다.(3.6) 잘못된 관점으로 인해 문화권의 경계에서 생기는 혼란은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3.7) 지금은 우리 모두가 다원화된 평화의 지구촌으로 나아가는 길에 첫발자국을 디딜 때이다.(3.8)
최정연(점촌고등학교 1학년)
논술문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본 논제는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일반화시키고자 서구적인 일방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제시문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제시문 (가)의 '명품 선호현상'이나 제시문 (나)의 '거짓합치 효과'도 모두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해서 발달해온 개인주의가 왜곡됨으로써 나타난 부작용으로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본 논제는 이러한 개인주의의 왜곡으로 인해 나타난 문제점들을 제시문 (다)에서 드러나고 있는 동양의 공동체주의적 전통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가)-
▷논증 1
전제 1: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명품을 소유하거나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고 한다.
전제 2:LG전자의 휴대 전화인 '프라다폰'의 명품 이미지를 구축한다.
결론:명품 휴대전화의 구입과 사용을 통해서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은 명품화된 LG전자의 '프라다폰'을 구입할 것이다.
▷논증 2
전제 1: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물질적인 무언가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려 한다.
전제 2: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다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명품을 구입·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함으로써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구입한다.
우선 '논증 1'의 결론도 문제가 되지만 여기서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논증 2'의 결론과 전제들이다. 오늘날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경제적 측면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차별화하려고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왜곡된 개인주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왜곡된 이기주의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위화감과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공동체의 분열과 해체마저도 야기할 수 있다.
-제시문 (나)-
제시문 (나)에서 언급된 '거짓 합치 효과'는 서구의 개인주의가 왜곡되어 극단적인 '자기중심주의'로 변질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기중심주의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해악이 훨씬 크다. 왜냐하면 흔히 사람들이 '거짓 합치 효과'에 빠지는 경우는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할 때이기 때문이다. 논리학적으로 보면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되는데, 그럴 경우 사람들은 어떠한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도덕적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갖가지 일탈행위가 증가되고 있는 주요 원인을 이러한 자기중심주의의 만연에서 찾을 수 있다.
-제시문 (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제시문 (다)'의 논지는 동아시아의 공동체주의적 문화의 장점이 서구의 개인주의적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시문에 따르면 동아시아 문화는 유교적이고 가족적이며 도덕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더불어 인간복지의 기반도 개인이 아닌 가족공동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체주의적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남들 눈에 특별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공동체 구성원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거나 잘 동화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개인주의적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모든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자신에게 두는데 비하여 공동체주의적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그 기준을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인화와 단결에 둔다.
-이해 분석적 측면-
1)에서 제시문 (가)와 (나)의 관점의 차이를 개인의 생각과 행동 방식에 두고 분석한 점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제시문 (가)의 논지를 (1.11)에서와 같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려는 기업의 행동 양식의 문제점에서 찾기보다는 애초에 오늘날 사람들로 하여금 그토록 명품을 선호하게 하는 그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의 문제점에서 찾는 것이 옳지 않았나 생각된다.
-논증적 측면-
나름대로의 논리적 형식을 갖추어서 논제에서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문제점 분석에 주력하다 보니 해결책 제시 부분이 부실하다. (2.3)에서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3.3)에서와 같이 서로 다른 문화권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
-창의적 측면-
제시문 (가)의 관점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마리 앙투와네트의 경우를 예로 든 것에서 참신함이 보이며, 제한된 상황에서도 가능한 앞뒤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여 글을 전개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깊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개인주의와 그것이 왜곡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소 부족해 보이고 글 3)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너무 일반적인 것이어서 심사숙고한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표현적 측면-
전체적으로 볼 때 정연 학생의 문장력은 뛰어난 편에 속한다. 논술에서는 멋진 문장 표현보다는 명료하고 설득력있는 문장 표현이 더 필요하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어려운 말보다는 본인이 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쉬운 말들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을 가진다.
-총평-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완결된 논술 답안을 작성하려고 애쓴 점은 높이 평가될 수 있다. 학생은 사고력과 문장력도 있어 보이고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에서도 진지함과 적극성이 보인다. 아직 고 1이라 앞으로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큰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준재(영주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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