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결혼이주여성 수가 4천600명을 넘어섰다. 경북 혼인율의 13%를 차지하는 수치다. 더이상 국제결혼과 다문화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폐쇄성 때문에 가정과 사회의 냉대 속에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을 때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못 말리는 아줌마로 소중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에서 다문화가정이 맡을 사회적 역할은 너무나 크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지 몇 십년씩 되는 시골 마을에 어르신의 공동 손자로 웃음을 선사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고, 폐교 직전인 농촌 학교에 새롭게 동요 소리가 울릴 날이 머지않았다. 많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주는 데 주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이 단순한 지자체들의 선심성 행정지원으로 여겨져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의 일환으로 깊은 고민 없이 시행돼 왔다. 그 결과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되었고 급기야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한국에 대해 결혼 지원 사업을 중지하라는 권고까지 받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다행히 경북도는 결혼이민자 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으로 인해 타 시도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의 생활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국제결혼의 대부분은 낭만적인 사랑으로 출발하는 결혼생활이 아니라 돈을 매개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혼이민자가정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환되어야 한다. 먼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단순한 금전적 지원 등 직접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을 때 당장 가시적인 효과는 거두겠지만 이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이민자 여성 스스로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민 역사가 앞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결혼이민자가족만을 위한 지원센터가 있는 우리나라지만 지금까지 너무 협소한 시각으로 이에 접근해온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내외국인 구분 없이 세계인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성숙된 시민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흔성(구미시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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