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표력짱'으로 키우려면…칭찬 해주면 똑소리나요

대구 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 문화강좌 '발표력교실' 초급반. 15명의 아이들이 지난 설날 때 자신이 한 일을 그림으로 표현한 뒤 차례로 앞에 나가 발표했다. "저는 유OO입니다. 어어~, 이 그림은 어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을 하면서 더듬거리거나 얼굴이 빨개지기 일쑤다. 강사가 답답해서인지 물어보면 눈을 맞추지 못하고 목소리는 더 작아진다. 어떤 학생은 몸을 꼬며 인사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영주(7·여)는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영주의 어머니 이혜진(33)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씨는 "지난 설날 때 낯선 친척들이 모였는데 노래를 부르라고 시키니까 내 뒤에 얼굴을 파묻었다."며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들 앞에서 기가 죽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발표력이 약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지낼지, 수업시간에 잘 적응할지, 담임 선생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을지….

김은옥 신암초교 교사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주로 듣는 교육에 익숙하다 보니 의외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소극적이거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한 학급 학생의 30~40%는 발표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발표력, 어떻게 키울까

발표력 부족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 있다.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내성적인 성격, 자신감 부족, 굼뜬 행동 등이 원인이 된다. 집에서는 얘기를 잘하는데 학교에 가면 말문이 막히는 아이들은 무대공포증, 대인기피증이 있을 수도 있다. 박용진 가족사랑정신과 원장은 "발표력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아이들은 더욱 긴장하고 위축돼 악순환이 된다."며 "아이에게 다른 장점을 찾아 이를 칭찬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발표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실수나 잘못을 보듬어주면서 스스로 깨우치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태현 대구시웅변협회 사무총장은 "아이가 잘못한 부분을 꾸짖기만 하면 눈치를 보면서 거짓을 말하게 되고 자연스레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인숙 산격초교 교사는 "입 모양을 크고 바르게 하도록 엄마가 지도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목소리가 작은 학생은 입을 잘 벌리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통해 발음 연습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김 사무총장은 "거울을 보면서 표정도 짓고 웃으면서 대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정에서의 대화도 발표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귀기울여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집에서 큰 소리로 책을 읽는 연습도 필요하다. 방에서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들릴 정도로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대구사랑 웅변대회' 대상 이현진 양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지난해 9월 '대구사랑 남녀웅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현진(9·대구 동산초 2년) 양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만 해도 딴판이었다. 모르는 사람 앞에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만큼 숫기가 없었다. 집에서조차 무뚝뚝하게 꼭 할 말만 하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웅변을 배우고 개인적으로 발표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하면서 180도 달라진 것.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엄마 앞에서 수다를 떠는 활발한 아이로 바뀌었다. 일기에 쓰는 내용도 달라졌다. 과거엔 그저 있었던 사실만을 썼는데 요즘은 감정표현이 다양해 졌다. 또 생각을 간추린 뒤 이야기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발표력이 좋아지면서 리더십도 생겨 학급 반장을 하기도 했다. 현진이는 "이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내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발표력 키우는 활동

▷가족들과 소규모 토론을 펼쳐라.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게 일상적인 대화처럼 진행하되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제는 음식이야기나 만화영화 등 아이가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이 적합하다.

▷종이인형극, 상황극 등의 놀이를 이용하라

초등학교 저학년은 종이인형극이나 상황극을 통해 대화를 하는 기술을 키울 수 있다. 손인형이나 마이크 등은 효과를 높여줄 수 있는 소품. 고학년은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등 특정 주제가 좋다.

▷감정을 살려 말을 하도록 시켜라.

아이들이 동물가면을 쓰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게 한다. 저학년의 경우 장갑이나 양말을 이용,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에 감정을 이입시켜 청중에게 들려주는 듯이 말하게 한다. 고학년의 경우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돼 이야기하도록 할 수 있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연습을 시켜라.

발표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단조로운 생활환경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가족들 앞에서 부담 없이 자신을 드러내 성공의 경험을 쌓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자료·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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