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승세의 한국 축구, 만만찮은 북한과 '형제 대결'

북한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은 데 상관없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17일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일본 전에서 만만치 않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FIFA랭킹 120위의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이면서 1대0으로 앞서다가 후반 들어 일본의 공세에 밀리며 1대1로 비겼다. 특히 북한의 골을 뽑은 재일교포 출신 정대세(24·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스피드와 힘, 돌파력, 기술, 승부 근성 등을 고루 갖춰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한국은 20일 오후 9시45분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 북한과의 경기에 나선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해 3월26일 원정경기에 나서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전력을 경험해 볼 좋은 기회도 갖게 됐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을 노리는 전술로 나선 북한은 한국과의 경기에도 같은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대세를 중심으로 한 역습 전략이 일본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충분히 위력이 있었다. 북한과 일본의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은 "12번(정대세)과 11번(문인국), 4번(박남철) 선수는 빠르고 기술도 갖췄다"며 북한 공격진을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전에서 홈팀 중국을 3대2로 격파한 한국은 2골을 터뜨린 박주영(FC서울)의 부활과 결승골의 주인공 곽태휘(전남 드래곤즈)를 비롯, 공·수의 짜임새를 살려 북한과의 경기에 나선다. 북한과의 역대 전적은 9전 5승3무1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2005년 동아시아 대회에서는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북한과의 경기에 수비 조직력을 더 가다듬어야 할 과제를 갖고 나가게 됐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내용으로 3대2 승리를 이끌었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두 골을 허용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대세를 원 톱으로 하는 전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 대비, 한국은 포 백 수비로 나설 전망이다.

최연소 대표인 19세의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중고참 고기구(28·전남 드래곤즈) 등 새롭게 대표가 된 선수들을 투입,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한 허 감독의 용병술과 '선 수비, 후 공격'의 북한에 맞설 새로운 전술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경기에서 또 감각적이고 기술이 좋은 박주영과 파워를 갖춘 정대세 간의 유형이 판이한 '스트라이커 대결'과 함께 중원의 지휘자로 나설 한국의 김남일과 북한의 안영학 간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김남일은 수원 삼성에서 뛰다 일본 빗셀 고베로 자리를 옮겼고 안영학은 그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수원 삼성으로 이적해 온 묘한 인연도 갖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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