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치원생도 영어 동화책 '붐'

18일 오후 대구시내의 대형서점 영어 원서 코너에는 5, 6명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이리저리 책을 고르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초교 1학년 딸아이를 위한 영어동화책을 고르기 위해 왔다는 최수정(35·여·달서구 감삼동)씨는 "인수위가 쏟아내는 영어 교육 정책을 보고 있으니 벌써부터 불안해진다"며 "이왕이면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혀야할 것 같다"고 했다.

유치원 초등학생 사이에 영어 원서 읽기가 붐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최근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등 영어 공교육 개혁안을 들고나오면서 영어 원서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전문서점인 잉글리시하우스 이강수 대표는 "영어 공교육 시작 시기가 초교 1학년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보도 이후 유치부 학부모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곳의 매출도 10%가량 늘어났다.

이는 원서 읽기를 통해 다양한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 학부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초교 3학년 딸을 둔 신은경(36·여·수성구 황금동)씨는 "8세 때부터 유아용 영어 동화책부터 단계별로 꾸준히 책을 읽게 했더니 영어 말하기는 물론이고 영어로 일기와 소설을 쓸 정도가 됐다"고 자랑했다.

사설영어 학원에서도 영어 동화책·미국 교과서 강좌신설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수성구 몇몇 학원만 하던 영어 교과서 강좌가 대구 전체 학원으로 퍼지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미국 현지 초등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재구성해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생생한 영어 표현과 관련 과목 지식까지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잉글리시플러스 박해균 부장은 "학부모들이 욕심만 앞세워 책을 산다고 해서 자녀들 영어 실력이 좋아질지는 알 수 없다"며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 이하인 책으로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시교육청 박재흥 중등교육 장학사는 "너무 이른 나이에 영어 원서에 얽매이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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