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준혁-크루즈 '호형호제'

삼성 전지훈련서 막강타선 부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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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할타자' 양준혁과 제이콥 크루즈(왼쪽)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서로 상대방을 추켜세우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고수(高手)는 고수가 알아본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적 존재인 양준혁과 새로 입단한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가 짧은 시간에 부쩍 친해졌다. 타격 실력에서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둘이 지난 시즌 홈런왕 심정수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한 것도 화젯거리지만 서로 사이가 좋아 삼성 코칭스태프를 더욱 흐뭇하게 하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 입은 아킬레스 건 부상을 치료하면서 개인 훈련을 하던 크루즈는 4일부터 삼성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크루즈가 거둔 성적은 타율 0.321, 22홈런, 85타점. 정교한 타격 솜씨를 갖춰 부상 여파만 없다면 올 시즌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그런 그가 삼성 타선의 최고참 양준혁과 죽이 맞았다. 왼쪽 발목 부상을 치료하던 양준혁이 캠프에 합류한 것은 12일. 같은 팀에서 뛰게 된지 1주일 남짓이고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눠야 하지만 둘은 금세 친해졌다. 1973년생인 크루즈는 1969년생인 양준혁을 우리말로 '형'이라 부르며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한다. 양준혁도 같은 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크루즈를 챙긴다.

좌타자인 둘은 상대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크루즈는 "나이도 나보다 많은데 체력도 뛰어나고 타격 실력도 출중하다. 내가 나이를 더 먹더라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 삼성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양준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고 양준혁은 "크루즈는 선구안이 좋은 데다 밀어치기 능력이 우수한 타자다.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타율 0.337, 22홈런, 72타점을 기록하는 등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친 양준혁의 보양식은 대구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미군 부대에 들러 챙겨먹는 스테이크. 양준혁은 "대구로 돌아가면 크루즈에게 스테이크 맛을 보여주며 대구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팀 전력의 핵이 될 선수인 데다 자신을 존경한다며 살갑게 구니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양준혁이라는 든든한 선배의 도움에 힘입어 크루즈가 빠른 속도로 팀에 적응하면서 삼성의 '막강 타선 부활' 꿈도 무르익고 있다.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심정수의 상태도 좋아 크루즈가 제 실력을 보여준다면 삼성은 올 시즌 좌타자 양준혁-우타자 심정수-좌타자 크루즈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중심 타선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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