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호사-전문직 '밥그릇 싸움' 빚나

"변호사가 넘쳐날 텐데···"

로스쿨이 닻을 올리면서 법조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변호사가 크게 늘어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그 불똥이 법무사나 세무사, 변리사 등 주변 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벌써부터 전문가 시장은 그동안 유지돼 왔던 고유영역 파괴 등에 대한 우려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영역파괴 불사하는 변호사업계=로스쿨 정원은 시행 초기 2천명으로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의 두배에 이른다. 한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줄고 세금은 늘어나 고통받고 있는 게 변호사계의 현실"이라며 "로스쿨로 인해 업계 침체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대구경북의 사법시험 합격자는 매년 50명에 조금 못미치지만, 로스쿨 정원은 190명으로 4배 가깝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대구로 온 변호사는 단 1명뿐인데도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로스쿨 정원의 일부만 지역에 남더라도 어떻게 될지 뻔하죠?"

지난해 대구지역 변호사의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7.4건으로 2004년에 비해 28%나 줄어들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 공급이 늘면 다른 영역의 업무에 손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구변호사협회 권준호 홍보이사는 "변호사 업무의 90% 이상이 송사 업무인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15%만 차지할 정도로 변호사들이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로스쿨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법무·세무·변리사 등 유사 법률 직종들의 영역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쩌나?=법무·세무·변리사 등은 변호사들의 영역 침범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변호사 경우 등록만 하면 변리사·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고 법무사·노무사 자격도 갖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하다.

변리·세무·법무사 단체는 "전반적인 법률지식에서는 변호사가 우위일지 몰라도 분야별 실무에서는 우리가 훨씬 낫다"며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동시 자격이 폐지되고 공정 경쟁이 이뤄지면 선택은 소비자들이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세무사협회 김영봉 회장은 "변호사가 세무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라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변리사들은 과학기술 지식 없는 변호사가 특허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그러나 걱정이 태산이다. 변호사들이 다른 영역으로 발을 뻗칠 경우 한정된 몫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고 소송권이 없다보니 분쟁시에 변호사에게 일을 맡겨야 돼 변호사의 보조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법무사 경우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미 일부 변호사가 법무사의 고유 영역으로 알려진 '등기'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대구법무사회 권영하 지부장은 "현재 일부 법무법인이 등기팀을 둬 등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수수료 상승 등으로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편 18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위원들의 입장 차이로 통과가 보류됐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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