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 당선인, 비상조각 배경과 전망은?

"끌려가지 않겠다" 정면 돌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초대 각료 인선을 발표한 것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통합민주당의 '발목잡기'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밤 각료 인선을 발표하고 곧바로 새 정부 각료들과 1박2일간의 워크숍을 강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당선인은 이날 워크숍에서 조각발표 강행과 관련해 "단 일주일이라도 내각이 구성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어떤 일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여야가 계속 협의하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면 국정공백과 혼란만 가중될 뿐 새 정부 출범에 득될 것이 없다는 이 당선인의 실용적 사고가 반영된 셈이다. 어차피 새 정부 출범전에 '정상 조각'이 어렵다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조직 개편안을 처리하는 것이 국정 공백도 줄이고 새정부 혼선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이 당선인은 이날 이 같은 '비상조각'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10년만의 정권교체 다음에 나타나는 큰 정치적 현상으로 이런 어려운 과정은 예측됐다"며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들 및 청와대 수석들과의 워크숍에서 정책 수행 과정의 지침을 제시하면서 "이해를 못 받을지 몰라도 거기서 주춤하면 안 된다"고 한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이 같은 초강수를 둔 데는 정치적으로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당초 개편안대로 각료를 임명할 수도 있었지만 현행 정부조직법 명칭대로 각료를 임명함으로써 일단 '국회의 뜻'을 받들었다는 명분을 갖게 됐다. 덩달아 15명의 각료를 현행 부처 명칭대로 임명함으로써 자신이 지향해온 '작은 정부' 의지를 관철하는 실리도 챙겼다. 따라서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4월 총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상조각'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지속하는데 따른 부담이다. 이 당선인은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시기와 관련해 "취임후인 27,28일쯤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권이 현 상태대로 평행선을 이어갈 경우 이 같은 이 당선인의 관측은 '희망 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19일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내지만 통합민주당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정상적인 절차를 밟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자칫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물론 4월 총선 이후로 청문회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당선인 측이 여야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당선인이 통일분야와 정무분야의 특임장관 2명을 임명해놓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보라는 게 이 당선인 측의 주문이다. 특임장관 2명의 의미는 민주당 측 요구 사항인 통일부, 여성부 존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 측은 "통합민주당과의 협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여론이 우리편이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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