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에 '쟁이'란 말을 붙이면 다소 비하하는 듯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작가들에게 '글쟁이' '소설쟁이'라고 하면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워낙 처절한 자기반성에 익숙하다 보니 '쟁이'라는 말까지 스스로 승화시켜버린 것이다.
지난해는 한국 문학의 원로 작가들의 작품 발표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그 중에 4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소설쟁이'로 살아온 거장이 있다. 박완서와 이청준이다.
21일 0시 35분 KBS1TV 'TV, 책을 말하다'는 '친절한 복희씨'와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를 통해 한국문학 원로작가들의 문학작품이 갖고 있는 힘은 무엇이며, 그들이 제시하는 한국문학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친절한 복희씨'는 노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이중성과 허위의식, 가부장적 폭력, 모성이 겪는 불합리함 등 작가 특유의 삶의 정곡을 찌르는 탁월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재치와 유머가 그대로 담겨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을 읽는 내내 변하지 않는 듯한 오래된 거목의 아름드리 가지들과 잎사귀들을 만난 것 같은 편안한 안도감과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박완서 문학의 큰 둥치는 늘 한결같은 것 같아요."(김갑수)
폐암 투병 중인 작가 이청준의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에는 그가 추구해온 세계가 11편의 중·단편 소설로 전부 담겨있다. 작가 특유의 관심인 인간실존, 역사와 이념 문제에 대한 치밀한 구성에서부터 소설 쓰기,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이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나타난 그의 작품은 말 그대로 한국 문학 자체이다. "이 글은 이청준 선생님이 펜으로 썼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손끝으로 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온 몸으로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홍윤기)
패널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김갑수(문화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어국문과 교수)씨가 두 노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책을 말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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