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욕망이 얼마나 큰 죄를 낳는가.
어느 순간 철없음을 알지만 이미 죄는 깊고, 속죄의 길은 멀기만 하다. 올해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7개 부문에 후보를 낸 '어톤먼트(Atonement·21일 개봉)'는 한 소녀의 철없는 욕망이 빚어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로 인해 갓 시작한 사랑이 무너지고, 남자는 전쟁터에 끌려가고, 여자는 떠나는 그에게 '컴 백, 컴 백 투 미'를 속삭이며 가슴 저미는 기다림을 시작한다.
감독은 조 라이트. 관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결혼을 놓고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고민에 휩싸인 '오만과 편견'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어톤먼트'는 슬프고, 격정적이며, 섬세하고, 그리고 비극미 넘치는 아름다운 영화다.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친다.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이들은 그날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본 세실리아의 13세 여동생 브리오니는 질투심을 느낀다. 공교롭게 벌어진 대 저택의 강간사건. 소설가를 꿈꾸며 상상력이 풍부한 브리오니는 로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간 로비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를 기다리는 세실리아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래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어톤먼트'는 2002년 출간된 영국 작가 이언 맥큐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시대극에 보이는 장중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 흥미진진한 스릴러적인 구성으로 그를 영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들게 한 작품이다.
영화는 자칫 서사적으로 흐를 수 있는 구성을 교묘한 편집으로 시공의 한계를 벗어난다. 사실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설 속이라든가, 같은 사건도 등장인물의 눈에 따라 다르게 보여준다.
음악만 하더라도 브리오니만 나오면 둔탁한 타자기 소리를 통해 그녀의 불안한 심리와 비극의 전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전반부는 세실리아의 우아함 속에 대저택을 둘러싼 자연을 스케일 넓게 보여주고, 후반부는 포화 속을 벗어나 돌아가고픈 로비의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어린 시절 브리오니를 연기한 아역배우 시얼샤 로한은 교활하며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녀의 내면을 오묘한 눈빛과 표정을 기가 막히게 표출해내고 있다.
브리오니는 어른이 되어서는 간호사를 자원해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뉘우친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인 '속죄'. 세실리아와 로비의 운명을 그녀의 뜻대로 새로 그려넣었다. 이러한 '친절'로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죄사함(어톤먼트)을 받을 수 있을까.
'어톤먼트'는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오는 24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작품상의 강력한 후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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