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리온스 전정규, 친정팀 전자랜드 높이에 '분루'

아무리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과 궁합이 맞아야 자질을 빛낼 수 있다. 프로농구 무대도 마찬가지. 특히 코트 위에 설 수 있는 선수가 5명뿐인데다 자신의 포지션에 자원이 넘쳐나면 실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대구 오리온스의 전정규가 그 같은 경우다. 연세대 시절 슈터로 이름을 날린 뒤 200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 중 어느 자리에서도 주전이 되지 못했다. 조우현, 정선규, 김성철 등과 경쟁을 벌여야 했는데 올 시즌 신인 정영삼이 가세, 더욱 설 자리가 없었다. 다음 시즌에는 대형 신인 강병현까지 뛰어드는 상황.

때문에 지난달 말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동료 카멜로 리와 함께 주태수, 리온 트리밍햄과 맞트레이드 된 것은 전정규에게 기회였다.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체력 안배가 필요한 김병철과 출장 시간을 나눠 뛸 슈팅가드가 필요했던 오리온스로서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맞트레이드가 이뤄진 뒤 처음으로 맞상대한 오리온스와 전자랜드의 경기는 시종 불꽃을 튀겼다. 접전 끝에 87대95로 패했는데 공교롭게도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승패를 가른 것은 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들이었다. 리는 29점(3점슛 7개) 7리바운드, 전정규는 19점(3점슛 3개)을 넣으며 오리온스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트리밍햄(36점 11리바운드)을 저지하지 못했다.

만약 오리온스가 토종 센터 주태수를 전자랜드에 내주지 않고 데리고 있었더라면 트리밍햄에게 맥없이 골밑을 내주지는 않았겠지만 전정규를 데려온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전자랜드로 옮겨간 주태수는 득점 없이 2리바운드로 부진했다. 같은 팀에서 포지션 경쟁자이기도 했던 이동준(11점 3리바운드)에게 밀리는 성적.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속공과 외곽 공격을 선택한 오리온스는 이날 외곽 공격에 승부를 걸었지만 트리밍햄과 테런스 섀넌(27점 12리바운드)의 골밑 공격을 막지 못해 고배를 들었다. 오리온스는 전자랜드보다 2배 많은 12개의 3점슛을 터뜨렸으나 리바운드 수에서 22-32로 뒤졌다. 오리온스 전체 리바운드 수는 전자랜드의 트리밍햄과 섀넌이 건진 숫자(23개)에도 못 미쳤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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