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소외와 침체를 딛고, 이제 막 도약의 기회를 잡은 대구가 새롭게 재창조되기 위해서는 더욱 전략적이고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에 유치된 국내외 투자기업들의 입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성서 삼성상용차부지와 달성2차산업단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달성2차산업단지의 외국인임대전용지구 일부를 제외하면, 이 두 곳은 이미 분양이 끝난 상태. 자칫 대구로 오고 싶어하는 투자기업들을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
물론 대구테크노폴리스(토지보상 중)와 성서5차산업단지(조성 중), 이시아폴리스(착공) 등이 추진 중이고, 990만㎡(약 300만평) 규모의 대구국가산업단지도 대구시의 구상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추진 중인 산업용지의 경우 시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 후에야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면서 "수도권 인기 지역과 달리 지방의 산업용지는 비인기 지역 아파트 분양과 비슷해 용지와 교통 등 인프라가 완성되어야만 실질적인 기업유치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계획이 중앙정부의 무관심이나 지원 부족, 또는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자칫 지연되기라도 하면, 모처럼 맞은 투자유치 상승세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망 등 접근성이 좋고 각종 인프라가 잘 발달된 삼성상용차부지는 13개 업주업체 중 12곳이 가동 또는 건축 중이고 나머지 한 곳도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지만, 달성2차산업단지의 경우는 210개 분양업체 가운데 준공됐거나 건축 중인 기업은 57곳에 불과하다. 교통 등 산업단지 주변 환경이 좀 더 나아질 때까지 입주를 미루려는 것이 업체들의 속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산업용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계획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아무리 투자유치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단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대구시 김종찬 투자유치단장은 "산업용지와 주변 인프라가 완비될 때까지 기업이 언제까지 기다려 줄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면서 "경남지역의 한 도시와 MOU를 체결했던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지역으로 투자처를 옮긴 것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으로 발전해야 하는 대구에 산업용지가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대구국가산업단지와 성서5차산업단지, 이시아폴리스, 테크노폴리스 등의 전체 면적에서 택지와 지원시설 등을 제외한 산업용지는 다 합해도 826만㎡(약 250만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도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려고 애써고 있다"면서 "메트로폴리탄으로서 대구는 도시형 지식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제조업 기반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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