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11)양은 학원 원장에게 1년 6개월간 성폭력을 당했다. 처음엔 키스 정도였지만 갈수록 강도가 높아져 성폭행까지 이어졌다. 강의가 끝난 뒤 강의실이나 화장실 등에서 당했지만 원장의 협박이 무서워 그동안 신고를 하지 못했다. 학원 가기를 싫어하는 등 행동의 변화를 눈치챈 엄마가 아이를 설득한 끝에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 순간순간 고통의 기억으로 몸서리를 치는 A양은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장애로 최소 6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모· 이모(13)군도 초교 선배이자 같은 동네에 사는 중 2년생 박모(15)군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 이들은 '집에 가서 게임하자'고 유혹하는 박군의 집으로 갔다가 야한 동영상을 억지로 보고 폭행 당했다. 며칠 뒤에도 박군의 집으로 끌려가 하의와 속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싫고 범죄인 줄 알았지만 보복이 두렵고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1일 '제2회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 아동 전문기관인 '영남권역 해바라기 아동센터'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성폭력 피해 접수 건수는 2005년 하반기 94건, 2006년 228건, 지난해 25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센터를 찾아 치료받은 경우도 2005년 49건, 2006년 130건, 지난해 141건으로 증가했다. 가해자는 친부 및 의부 등 가족, 4촌 이내 친척 등 주변 사람이 67%로 가장 많았고, 피해 장소도 피해자나 가해자 집이 45%나 차지했다.
경북대 정성훈 소아정신과 교수는 "밖에서 혼자 놀거나 모르는 사람 차에 타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큰 길로, 가능한 친구들과 함께 다니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가정·학교에서도 일찍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평소 아이의 행동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고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영남권역 해바라기 아동센터는 21일 오후 1시 30분부터 대구지하철 반월당역에서 아동성폭력 예방 홍보를 위한 '우리 아이가 안전한 세상 만들기' 행사를 연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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