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재값 도미노 폭풍…건설사 "봄이 무섭다"

"철근 추가부담만 50억"

▲ 건설 원자재가격이 급상승 하면서 대구시내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공기 차질을 빚고 있다.
▲ 건설 원자재가격이 급상승 하면서 대구시내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공기 차질을 빚고 있다.

건설업체마다 올들어 '긴급 회의'가 부쩍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물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재값 폭등으로 원가 상승 압력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는 건자재를 대량 구매하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 상승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어 말그대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

건설업체 한 대표는 "미분양이 늘어날 때는 원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오히려 건자재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어 자재 동향 보고를 받을때마다 겁이 날 정도"라며 "철광석과 원유 가격 불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미분양에 원가 상승까지

분양 시장 침체로 분양 시기를 지난해에서 올해 3월로 연기했던 A업체. 요즘 이 업체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400가구 아파트 공사 투입 시공 원가가 480억 정도였지만 2월 현재 계산으로는 53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A업체 임원은 "기초 공사에 대량 투입되는 철근 가격만 지난해 대비 30억원이 추가 발생했다"며 "분양 시장 침체로 건자재값 상승을 분양 가격에 제대로 반영시킬 수도 없어 현재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1~2년전 분양 단지는 더욱 어렵다.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를 시공중인 지역의 B업체 자재담당 팀장은 "2천 가구 아파트를 짓는데 앞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철근 값 인상분만 50억원이 넘는다"며 "재건축 현장인 탓에 시공 원가가 타 단지보다 낮은 상황에서 원자재 값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최소한의 시공 원가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H형강도 등 철강재 사용이 많은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도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수성구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있는 C업체 현장 소장은 "가격도 급등했지만 물량까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건자재값 상승에 따른 파장은 하도급 업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감재 공사 전문업체인 K업체 대표는 "업체간 덤핑 경쟁으로 가뜩이나 하도급 공사비가 낮아 지난해 계약을 한뒤 올해 시공에 들어가는 현장은 원가마저 건지지 어려운 실정"이라며 "물가 상승분을 인정받는 공공 공사도 현실적으로는 원가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올랐나.

화성산업 건축팀이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현장 시공비 중 노무비는 5.5%, 재료비는 7.82% 상승, 순수 공사비만 6.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훈찬 영업이사는 "3억원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때 1천500만원의 추가 투입 부담이 발생한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 건자재 가격은 전품목이 '도미노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인상 품목인 철근의 경우 지난해초부터 5차례나 인상되면서 t당 46만원이던 가격이 69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그러나 69만원은 1군업체 공급 가격으로 시중 가격은 75만원까지 오른 상태며 내달에는 또다시 10만원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지난해 1월 ㎥당 4만2천원이던 레미콘도 현재 4만6천원으로 9% 올랐으며 내달 레미콘 조합에서는 5% 이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레미콘 가격 상승은 환경영향평가 시행에 따른 모래 품귀 현상에다 원유값 인상에 따른 유류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멘트 업계에서는 톤당 5만6천원인 공급 가격을 6만4천원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마감재도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지난해 9월 배럴달 70달러이던 가격이 지난 1월에 92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석유화학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벽지와 장판 가격 등이 올랐으며 국제 목재값 상승으로 마루가격 또한 상승 추세에 있다. 도로 공사에 사용되는 아스콘 가격 또한 1kg당 280원에서 380원으로 인상하는 등 대다수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 가격도 안개속

문제는 건자재 값 상승 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 오는 4월부터 국제 철광석 수입 가격이 65% 인상되는데다 시멘트 생산 원료의 85%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도 지난해 75달러에서 올들어 100달러는 넘어서는 등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또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건축 수요 급증으로 고철 가격 또한 작년 1월 t당 370달러에서 435달러로 18% 뛰었고 망간, 실리콘 등 부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건자재 값 상승이 추가 발생한다면 분양률이 높은 단지들도 상당한 자금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미분양 현장이 많은 업체들은 공사비 대출에 따른 추가 이자부담까지 발생하는만큼 수익을 내는 현장을 찾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공사 차질까지 빚고 있다. 서울 지역 D 업체의 경우 대구 지역내 일부 아파트 현장 공사가 자금난과 자재 수급 차질로 정상 공기의 70%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분양률이 저조한 또다른 서울 업체는 사업변경 승인을 통해 준공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연장해 놓았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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