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검 때문에…삼성전자 사업 줄줄이 '스톱'

삼성그룹 특검 사태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의 올해 각종 경영계획 수립과 인사이동 등 대다수 주요 업무들이 중단상태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경영 차질과 신인도 하락 등 특검의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관련 업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협력사들에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추진했던 중·저가폰 생산을 위한 대규모 휴대전화 생산공장 건립계획이 대통령직인수위에 제출된 2008년 투자보고를 비롯한 연초 각종 보고에서 아예 누락됐다. 이 계획은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대화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천900억원을 들여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로 신축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착공했다가 5개월 만에 공사가 무기 연기된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휴대전화 연구·개발 건물)의 경우도 경영이 회복되면 공사를 반드시 재개하겠다는 삼성 측의 당초 발표와는 달리 현재 공사 재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삼성은 해마다 1월 중순쯤 임원 인사를 실시했으나 특검 문제로 계속 미뤄지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올 초 승진을 기대했던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직원 A씨는 "승진인사 없이 올해가 넘어가면 내년에는 후배들과 승진 경합을 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와 함께 삼성 특검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신인도 하락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공장장 장병조 부사장)의 경우 매출액의 85% 정도가 해외시장에서 이뤄질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신인도 하락은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단일사업장 규모로는 국내 최고이고, 구미공단 생산·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구경북에서 큰 비중을 가진 사업장이어서 지역의 관련 업계 및 지역민들은 특검 장기화가 지역경기는 물론 협력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힘들다는 소리를 하고 싶어도 '삼성이 망하면 안 되잖아'라는 경제논리를 편다고 할까 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한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지난해 1억6천만대의 휴대전화 생산 등으로 23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현재 1만2천300여명의 임직원과 450여개 협력사를 두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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