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주어진 길을 가면서 대부분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모두 자기가 정당하고 최소한의 도덕적 규범을 갖고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원칙이란 말은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요즘 정치권은 새 정부출범과 4월 총선으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는데 원인 제공자들은 서로 상대편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또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심사과정에서 물갈이니 계파별 안배니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어떤 일이든지 법과 원칙대로 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원칙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가치관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원칙이라는 말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공연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항상 원칙을 갖고 가장 진실하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이지, 작품의 주제는 잘 나타내고 있는지, 표현하는 방법은 올바른지, 관객과의 소통은 원활한지 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공연을 접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연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면서 관객중심의 공연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공연은 저녁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에도 볼 수 있고, 가벼운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보는 공연도 생겼다. 공연이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연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에도 최소한의 원칙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연극들이 넘쳐난다. 관객에게 연극을 통해 웃음을 주고 그 웃음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다. 그러나 원칙 없는 코미디는 문제가 있다. 희극과 개그는 분명 차이가 있다. 희극은 잘 만들어진 플롯을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과 인물의 성격에 의해 웃음을 유발시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그는 관객이 웃으면 그만이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면 성공하는 것이다.
관객에게 진정으로 뭘 해야 할 것인가? 무궁무진한 웃음의 소재 속에서 쉽게 웃기는 일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연극적인 원칙을 지키며 작업을 할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순간적으로 관객에게 눈속임할 수는 있어도 길게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웃음이 트렌드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트렌드에 따라가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방법은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최주환 극단 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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