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공항 개항 수년째 '헛 날개짓'

"항공수요 적다" 항공사들 취항 꺼려…저가항공·군사용 활용 대안도 답

▲ 공항 청사만 활주로 끝에 홀로 서 있을 뿐, 주변 어디에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울진공항 모습.
▲ 공항 청사만 활주로 끝에 홀로 서 있을 뿐, 주변 어디에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울진공항 모습.

경북 북동부 지역의 교통편의 제공과 동해안 관광자원 개발촉진을 위해 건설 중인 울진공항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1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거의 완공단계에 이르렀는데도 개항을 수년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정부와 자치단체가 다각도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지만 아직까지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약 없는 개항=1996년부터 건설 추진된 울진공항은 2003년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항공수요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개항이 밀리면서 올해로 시공 13년째를 맞고 있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85%. 토목(98%)과 건축(95%) 분야는 거의 완료된 상태다.

향후 소요될 예산은 170억원 정도. 하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은 15억원에 불과,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정부투자 계획은 2009년 이후 155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을 뿐, 언제 개항하겠다는 기약도 없다.

◆왜 개항 못하나=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항공수요 부족 등으로 적자가 날 것이 뻔해 항공사들이 취항을 꺼리고 있다는 것.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연간 50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건설교통부가 2005년 재작성한 항공 수요는 당초 예측과 크게 달랐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항공사들은 최소한 연 20만명은 이용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개항하더라도 청사 유지 보수에 들어갈 운영비 및 인건비 등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해법은 없나=울진군은 일반 항공사의 취항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한성항공,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를 상대로 취항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항공사들도 난색을 표명하기는 마찬가지. 적자 분에 대해 항공사가 30%를, 나머지 70%는 경북도와 함께 군이 보전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도 만만찮다. 울진군은 또 다른 대안으로 저가 항공사의 정비 공항으로 특화하는 방안과 공군 및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건교부는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분노하는 주민들=개항이 미뤄지면서 울진 군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도 깊어져 가고 있다. 주민 임영집(51)씨는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빨리 완공한 후 정부가 적극 나서서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호운(77)씨는 "수요도 없는 곳에 1천300억원이란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붓지 말고 서울 가는 36번 국도나 4차로로 건설했어야 했다"면서 "정부가 정치 논리로 시작한 만큼 새 정부가 정치적인 특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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