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대운하] ⑧낙동강 르네상스 열릴까-경북 중남부권

국내 최대의 내륙공업도시이자 수출산업기지인 구미는 한반도 대운하 최대의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미 화물·여객 복합터미널, 일선간이터미널·숭선간이터미널 등 터미널 3곳이 들어서는데다 500만㎡ 규모의 첨단산업 수출물류기지 조성도 함께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부산항을 이용하는 연간 수출입 물동량 15만6천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의 50%가 물길을 이용하면 연간 300억 원의 물류비가 줄어 수출입업체들의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 특히 이명박 당선인 측이 밝힌 대로 5천t급 컨테이너선이 낙동강을 운항하면 구미 내륙항에서 중국·일본·동남아까지 바로 수출품을 실어나를 수 있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구미사업장 박정호 물류혁신그룹 부장은 "지난해 TV 등 4만여FEU를 육상운송해 100억 원 정도의 물류비가 들었는데 주운(舟運)은 트럭에 비해 안정적이고 물류비가 적게 들어 기대가 크다"며 "화물터미널이 구미공단과 가까운 곳에 설치돼야 물류향상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미상의 김종배 조사진흥부장은 "한반도 운하 전 구간 개통에 앞서 수출입 물동량이 많은 구미~대구~부산 운하를 시범적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구미시 석태룡 건설도시국장은 "운하는 수송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부산항을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도심 교통체증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송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일본과의 중개무역을 위해 '왜관'(倭館)이 개설될 정도로 낙동강을 이용한 화물운송 중간기착지 역할을 해온 칠곡도 지역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운하 건설이 확정되고 왜관읍에 칠곡터미널이 건설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은 물론 각종 규제 철폐로 개발사업이 가능해지면서 낙후된 도시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다소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 칠곡터미널이 복합터미널이 아니라 여객터미널로만 조성될 예정이기 때문. 칠곡군 홍상철 기획담당은 "전국 5대 거점물류단지인 45만7천㎡ 규모의 영남권 내륙화물기지가 조성 중이고 현대자동차 복합물류센터 등 15곳 78만9천㎡의 물류시설을 갖춘 만큼 당연히 화물터미널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칠곡군의 토지경매 낙찰가율이 대선 전인 지난해 11월 78.49%에서 12월 140.01%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 왜관읍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42)씨는 "낙동강 주변 부동산 시세를 물어오는 전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운하건설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급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귀띔했다. 주민 박동호(48)씨는 "찬성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칠곡지역에도 일부에서는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대운하를 제대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반도 대운하 구간의 가운데에 위치한 고령군 다산면의 공기는 다른 곳과 조금 달랐다. 사무실·다방 할 것 없이 몇 명만 모이는 곳이면 온통 대운하 관련 이야기뿐이지만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운하 개발 예정지역 주변 농민 상당수가 지주들의 임대계약 연장 불가방침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고령지역의 경우 농지 70% 이상이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의 땅 2만여㎡를 빌려 20년째 수박농사를 하고 있다는 손병선(50·다산면 상곡리)씨는 "몇몇 이웃 농민들로부터 지주가 땅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했고 이병원(63·다산면 좌학리)씨도 "열심히 농사지어 자식 둘 대학 보내고 별 걱정없이 살아왔는데 운하 때문에 수억 원을 들여 하우스시설을 해놓은 땅을 돌려줘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김성우·이창희·정창구기자

♠ 운하주변 개발 공동 모색

경부대운하에 7개 시·군이 포함되는 경북도와 3개의 터미널이 들어서는 대구시는 본격적인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5일 경부운하추진지원단을 만든 경북도는 조만간 8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운하 주변지역 발전방안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도는 또 24일부터 3월2일까지 박의식 경부운하추진지원단장과 해당 시·군 공무원을 유럽에 보내 배후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다음달에는 전문가·시민단체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낙동강 보트 탐사대'를 운영키로 했다.

대구시는 19일 영남대 지홍기 교수 등 학계, 시민단체, 공공기관 관계자 등 11명을 전문가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데 이어 경북도·부산·경남·강원도가 참여하는 '낙동강권 시·도지사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구미상공회의소는 21일 '낙동강운하 포럼'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학계와 정·재계, 시민단체, 언론계 관계자 등 100여명으로 구성되는 포럼은 대운하의 성공적 건설을 위한 여론 수렴, 운하 및 연안개발 계획 검토 등을 맡게 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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