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시장논리에 묻힌 사회복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지난해의 아쉽고 부족한 일을 생각하며 더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이제 곧 들어설 정부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지켜보고 있다. 큰 정부에서 효율적인 작은 정부, 말하는 정부에서 일하는 정부, 경제를 살리는 정부라 하며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흐름이 사회복지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산현장에서는 투입대비 산출의 극대화를 꾀하며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 복지 분야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자율, 경쟁, 효율과 같은 시장경제 논리가 현재의 사회복지상황에 합당한 것인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공장에서 짧은 시간에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과는 다르다. 엄연히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에 경제성, 효율성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회복지란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보다 존엄스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에 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올 7월에 실시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시민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치매나 중풍 등에 걸려도 자녀들에게 기댈 필요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여 안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지만 요양시설에 적용할 보험수가가 턱없이 부족하여 기존의 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임금이 삭감되거나 비정규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노동 강도는 더욱 강해지고 임금은 삭감되는 열악한 환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들은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 보다 가치 있고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제공받기 위해서는 고용의 안정과 적절한 임금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2007년 시행된 노인 돌보미 사업, 장애인 활동보조인 사업, 산모 신생아 도우미 사업, 지역사회혁신사업 등은 대표적인 바우처 사업이다. 이들 서비스는 서비스 공급자를 다양화하여 이용자가 서비스를 선택하고 기본적으로 서비스 수입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런 사회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낮은 임금과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혜택 조차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낮은 인건비로 운영되는 값싼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즉 국민을 위한 질 높은 서비스제공, 좋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급권자와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 중 근로능력이 있는 대상자 중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는 자활사업에 대해서도 효율성과 경쟁력을 부르짖는 것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다.

서민에게 자원이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세워야 한다. 임금과 고용의 질이 열악한 비정규직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와 복지 사회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사회복지의 목표는 경쟁을 통한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소수의 행복이 아니라 다수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복지사회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보다 장기적이고 책임 있는 복지 분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진우(상인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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