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계옵시는 저승의 앞바다에
가슴 속 고여 올라 출렁이는 물결소리
영혼은 갈매기던가 하얀 선을 긋고 간다.
아직도 맴을 도는 생애의 푯대 끝에
바다도 연잎으로 피었다간 도로 접고
등대만 수평선 너머 빛을 주고 있었다.
그새 2월도 下澣(하한)입니다.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요? 2월은 '늘 못다 떼고 덮어버린 국정교과서'라고. 그런 2월을 설 연휴까지 끼어 뭉떵 한 허리를 베어먹었지요. 시간에 붙들려 자꾸 조급해지는 마음을 쟁여 짐짓 바다 쪽으로 길을 엽니다.
그 바다 너머 어머니가 계십니다. 하마 오래전에 이승을 하직하신 어머니. 생각만으로도 출렁이는 물결소리 가슴 가득 고여 오릅니다. 고여 올라서는 어머니 계신 그곳까지 밀려가 부딪칩니다. 가고 오지 못한 기별, 주고 받지 못한 안부를 물고 이·저승을 바삐 넘나드는 갈매기 떼. 긋고 간 하얀 선들이 무수히 허공에 남습니다.
세상은 할 수 없는 저녁입니다. 이제 다들 돌아가야지요, 생애의 푯대 곁으로. '바다도 연잎으로 피었다간 도로 접'힙니다. 돌아온 다음에도 한동안 저녁의 세상에 머무는 바다. 끝내 잠들 수 없는 생각만이 등대로 남아 먼 수평선을 자꾸 잡아당깁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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