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놔두자니…없애자니…옥상 물탱크 '애물단지'

▲ 19일 오후 수성구 수성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옥상 풍경. 노랗고 파란 물탱크들로 가득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19일 오후 수성구 수성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대구의 옥상 풍경. 노랗고 파란 물탱크들로 가득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청소대행업을 하는 김영태씨는 물탱크만 쳐다봐도 진저리가 쳐진다. 바퀴벌레, 모기 등 각종 벌레부터 누런 물이끼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는 물탱크 내부를 들여다 보면 구토가 치민다고 했다. 김씨는 "심지어 죽은 쥐까지 둥둥 떠있는 곳도 있었다"며 "집 주인이 그 모습을 봤다면 양칫물로 사용하는 것조차 꺼렸을 것"이라고 넌더리를 쳤다.

수돗물을 임시 저장하는 옥상 물탱크를 '퇴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쓸모는 없고 청소는 제대로 되지 않아 세균 번식 위험이 높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인으로도 꼽히고 있기 때문.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각 가정과 공동주택에 설치된 옥상 물탱크는 모두 4만5천여개. 대부분이 수돗물 부족으로 격일 급수를 하던 1970, 80년대에 설치된 것이고 일반 주택에 있다. 일정규모(연면적 5천㎡) 이상의 중대형 건물은 연 2회 물탱크를 청소한 뒤 해당 지자체에 청소 사실을 통보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일반 주택에는 별다른 관리 규정이 없다.

한 청소대행업체 측은 "옥상 물탱크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고 물도 장기간 고여있어 거대한 '세균배양실'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데도 상당수 주민들이 10만원 정도의 청소비를 아까워하거나 청소의 필요성조차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 1월부터 옥상 물탱크 철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옥상 물탱크를 없애고 상수도 관에서 가정 내로 곧장 수돗물을 공급하는 방식. 30~40만원의 공사비를 물어야 하는 것이 서민들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최영진 급수팀장은 "시행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주민들의 관심 부족으로 신청자가 전무하다"며 "효용성도 낮고 청소비 부담만 큰 옥상 물탱크를 철거하면 그 혜택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참여를 촉구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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