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중요시 되는 세태에서는 단 3초 안에, 상대방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느냐 하는 것이 성패를 가늠한다. 이는 정치인'연예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바로'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개인 브랜드(Personal Identity) 시대엔 자신의 이미지가 돈'취업'결혼'성공으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취업 준비생은 물론 의사와 공무원, 가정주부까지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고 있다.
"어! 선거 플래카드가 달라졌네요."
4'9총선에 앞서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국회의원 예비등록 후보들이 대구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무한 이미지 경쟁에 나선 때문이다. 근엄한 표정 일색이던 예전과 다르게 젊고 활기찬 모습에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 넘쳐나는 이번 선거 플래카드는 이미지 선거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린다. 후보 공천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유권자들의 시선을 좀 더 붙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이미지다.
▷한나라당'경제 전문가 '강조'
달서 갑 후보들의 플래카드가 밀집한 달구벌대로 죽전네거리 주변. 캐치프레이즈 뒤에 손바닥 모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한 후보의 플래카드가 눈에 쏙 들어온다. 마치 먹물로 찍은 안중근 의사의 지장을 보는 듯하다. 구민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자신의 손바닥 모양을 그대로 옮긴 것. 바로 옆의 한 후보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맨 활기찬 모습이다. 공약 역시 '젊은 일꾼', '이 친구라면 된다.' 등의 문구를 넣어 '젊음'을 강조한다.
북 을에 출마할 예정인 서모 예비 후보는 의정보고서에 이공학자라는 점과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초롱초롱한 칠성초교의 아이가…'라는 문구를 넣어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달서 을 후보들의 플래카드에서도 달라진 이미지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모 예비후보는 별다른 문구 없이 이명박 당선인과 악수하는 이미지만을 부각시켰다. 신 후보측은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감사장을 받은 장면"이라며 "공약사항은 다른 홍보물에 자세히 싣고 플래카드에서는 이미지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권모 후보는 한나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정당을 강조한 뒤 '첨단 경제 리더'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과 경제를 강조하는 색깔이나 내용이 홍보전략에서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중'남구 후보들의 플래카드가 밀집한 명덕네거리~영대병원네거리~앞산네거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측면과 정면을 돌아가며 3층 건물의 절반을 덮고 있는 또 다른 후보의 플래카드는 크기부터 눈길을 끈다. 박모 후보의 플래카드는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전문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체 제작한 경우. 권모 후보는 플래카드 3개에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얼굴만 크게 클로즈업한 것에서부터 팔을 활짝 벌린 정장 차림, 팔을 내린 단정한 모습까지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
▷ 유권자 시선끌기 '첨병'
이미지 선거 시대의 본격 개막은 바뀐 선거법 때문이기도 하다. 이달희 한나라당 대구시당 사무부처장은 "지난 총선과 달리 플래카드에 대한 수량'규격 제한이 크게 완화된 때문으로, 선거사무실 빌딩 전체를 후보 플래카드로 덮을 수도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형 플래카드나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 표현들이 넘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수경(영상제작전공) 대구한의대 영상문화학부 교수는 "운동장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하는 예전의 선거운동 방식이 사라진 지금은 카메라의 눈이 곧 유권자의 눈을 대변한다."며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단점을 장점으로, 장점을 더 큰 장점으로 부각시키거나 반대로 장점을 단점으로, 단점을 더 큰 단점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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