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를 찾아봐도 이렇게 오래된 음악감상 모임은 없을 거예요."
3년 뒤면 40주년을 맞는 음악감상 모임이 대구에 있다. 주인공은 지금까지 39대의 선·후배 회원들을 배출한 에스텔라(E'STELLA; 스페인어로 작은 별이라는 뜻). 1972년 당시 대구의 한 고전 음악 감상실에서 서로 낯을 익힌 3명의 대학생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 37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신입회원 자격은 대구 시내 4년제 대학 재학생들이에요. 1대 선배회원은 벌써 60세를 넘기셨고, 올해 신학기엔 40대 회원을 받습니다." 17대 정민재(43·여) 회원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에스텔라를 지탱한 힘이었던 것 같다."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많은 음악 모임이 사라졌지만 에스텔라만큼은 여전히 선후배 회원들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남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에스텔라 회원들은 졸업생들을 포함해 대학 재학생까지 모두 200여 명 정도. 대학 재학생은 현 회원(YB), 졸업생은 졸업회원(OB)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음대생들만 신입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에요. 에스텔라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죠."며 김경원 YB 회장은 "20명 남짓한 현재 대학생 회원 또한 공대·사범대·경영대 등 음악과 무관한 전공들이 많다."며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공부도 깊어진다."고 했다.
에스텔라는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하지만 재즈·뉴에이지 같은 다양한 장르를 듣고, 매달 2번씩 YB·OB 번갈아가며 시내 고전음악실 '하이마트'에 모여 음악을 감상한다. 1992년 '1천 회 음악감상회'를 기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개음악회를 연 것을 비롯해 100회마다 한 번씩 공개음악감상회를 겸하고 2001년에는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청도 비슬문화촌에서 가졌다.
에스텔라의 감상곡 선정과 해설은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그날의 회원이 30분 안팎의 곡을 선정해 감상하고 해설을 곁들이면 다른 회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지는 방식. 지난 15일 찾은 YB모임의 감상곡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곡 전체를 전부 들으려면 15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피날레 10분만 듣기로 결정했어요. 감상이 끝나면 노래의 배경과 특징, 작곡가에 대한 설명과 음악기법을 함께 설명할 예정이죠." 이 날의 곡 선정과 해설을 맡은 36대 전형태(24) 씨는 "곡 선정과 해설에 꼬박 이틀이 걸렸다."며 "음악도 좋지만 선후배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37년째 이어진 에스텔라 회원들에게도 말못할 고민은 있다. 고전음악 감상 인구를 늘리고 문화계를 이끌어 가는 선도자로 나름의 자부심은 크지만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팝과 가요에 빠져 고전음악에 대한 관심을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진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음악 또한 전문 음향 시설을 갖춘 곳에서 들어야 제맛이 난답니다." 회원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음악만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올해에는 클래식을 사랑하는 신입생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설명-37년이나 된 에스텔라가 고전음악 감상실 '하이마트'에 모여 감상곡을 듣고 해설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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