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한국문학, 새로운 가족을 탐색하다

전통적 가족 이미 붕괴…다문화가정 '거대담론' 부상

21세기 한국문학에서 가족과 성(性), 사랑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대표작으로 윤성희의 '유턴지점에 보물 지도를 묻다', 박범신의 '나마스테' 등은 지금까지 '일반적인 사랑과 가족형태'에서 벗어난 소설들이다. 문학이 너무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이 있는 일반적인 가족형태. 일견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가족형태는 21세기 한국에서는 더 이상 일방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가족형태가 아니다. 한국에서 아내를 구하지 못한 농촌총각들이 몽골, 동남아 여성과 결혼한 숫자는 전국적으로 13만∼15만명(2007년 연말기준)으로 추정된다.

경북도만 해도 2007년 12월 현재 4천610명이나 된다. 이는 2006년까지 3천469명과 비교할 때 2007년 한 해에만 1천여 명이 늘어난 것이다. 경북도 여성가족과 조자근 계장은 "경북도내 다문화 가정을 위한 2008년 예산이 64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또 경북도내 시골지역 총각의 50% 정도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다. 도내 도시지역 총각 20∼30%도 외국 여성과 결혼한다. 10년 후에는 경북도내 학생의 25%가 다문화 가정 자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은 농촌 총각에 한정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대도시 총각의 10∼15% 정도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형태의 변화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2006년 현재 한해 이혼하는 부부는 12만∼16만쌍. 이혼자 10쌍 중 6쌍은 아이가 있는 가정이다. 2005년도 한 해 결혼한 재혼한 부부(남녀 중 한쪽 또는 양쪽이 재혼인 경우)도 7만9천600건에 달한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부재, 양쪽 부모의 부재, 외국인 어머니 등이 늘어나면서 전통적 가족은 이미 붕괴됐다. 다문화 가정에 관한 문제는 문학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미 '거대담론'이 돼 있는 셈이다.

새로운 가족을 탐색하는 최근 문학작품들은 '단란한 가족의 정의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 성이 다른 3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3번 결혼하고 3번 이혼한 사람, 그리고 성공한 작가 공지영. 작가는 "이런 형태의 가족이 있다면 취재해서라도 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분명히 우리 사회에 편재하고 있지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인만큼, 취재를 통해서라도 써야 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개인사로 읽지 말고 '시대와 공감'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소설은 분명히 허구이며, 그 허구가 우리 시대사를 꿰뚫고 있다는 말이다.

공지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을 보라, 며 이제는 우리가 가족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행복한 가족은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이 골고루 갖추진 조직이 아니라 '사랑'으로 구성된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1990년대 약진한 여성작가들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거나, 남성을 공격하거나 가출, 이혼, 불륜 등의 서사를 반복했다면 21세기 문학작품들은 다양한 사랑과 가족유형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가족의 좌표'를 묻고 있다. 이를 드러내며 질서를 부수던 시대를 넘어 '해결책'을 묻는 셈이다. 최근 문학에는 동성애, 혈연관계 없는 가족, 남녀의 성역할 탈피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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