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변하고 있다] (하)활발해진 투자유치 시스템

▲ 산업용지를 비롯한 잘 갖춰진 인프라와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투자유치 시스템은 성공적 투자유치의 필수조건이다. 대구시 투자유치단 직원들이 올해 투자유치 전략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산업용지를 비롯한 잘 갖춰진 인프라와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투자유치 시스템은 성공적 투자유치의 필수조건이다. 대구시 투자유치단 직원들이 올해 투자유치 전략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06년 12월. 구미~대구~마산을 연결하는 세계적 모바일 클러스터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대구의 '꿈'이 한 가닥 실마리를 찾았다. 3, 4년 전부터 꾸었던 꿈이었지만, 그 전에는 그야말로 단지 상상 속의 '꿈'이었을 뿐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이는 대구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 신임 센터장으로 임명된 이종섭씨. 마산에 있는 노키아TMC 임원으로 8년간 근무하면서 협력사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모바일산업의 인프라가 대구만큼 잘 갖춰진 곳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모바일 시장은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구 모바일 산업은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노키아 협력사들의 움직임과 내부사정에 밝은 이 센터장은 모바일 부품업체들의 납품방식이 단순부품에서 모듈화(여러 부품들이 합쳐진 꾸러미)로 바뀌고 있고, 이 때문에 협력사들이 김해와 청주 등에서 새로운 공장의 입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정보는 곧바로 대구시로 전달됐고, 대구에서 제시한 삼성상용차 부지와 모바일단말상용화지원센터의 서비스 약속은 경쟁 도시를 압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로써 지난달 15일 노키아의 휴대폰 LCD, 메인보드, 케이스, 표면처리 등의 부품공급업체 (주)모센, (주)삼광공업, (주)지비엠, (주)대호MMI는 모두 1천715억원이 투자되는 합작회사 (주)GMS를 대구에 설립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는 2011년까지 3조4천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1조3천억원의 부가가치발생효과, 1만2천명의 고용창출효과 이외에도 30여개 관련 협력업체의 추가 유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노키아 협력사의 유치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네트워크를 갖춘 인재와 경쟁력 있는 산업용지를 바탕으로 한 대구시의 효과적인 기업유치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대구의 희망과 비전을 내일의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구 내부역량의 강화와 더불어 외부로부터 우수한 인재와 기업 등이 유치되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긍정적 자극이 대구 내부의 역동성을 촉진한다고 할 때, 결국 외국인 직접투자를 포함한 국내외 투자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어 들이느냐는 것이 성패를 판가름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의료·교육·문화 등 미래형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으로부터 외국인 직접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구에서 유치에 성공한 외국인투자기업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이미 대구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HEC(기계장비·달성2차산업단지)는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투자자의 소개로 유치됐고, TECSAN(건설기계부품·달성2차)도 마산에 기반을 둔 국내 투자자의 합작투자로 대구로 오게 됐다. STX그룹(선박핵심부품·삼성상용차부지)은 구미 선산 출신이자 대구상공회의소 상공의원을 지낸 강덕수 회장과의 인연을 앞세운 김범일 대구시장과 박봉규 정무부시장의 활약이 크게 기여했다.

해외투자유치설명회나 인터넷, 잡지 등의 투자유치 홍보활동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적 국내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대구가 이미 갖고 있는 그 '씨앗'을 찾아내 활용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대구시민 모두가 투자 유치 요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 일선에 국내외 교류가 많은 지역대학 교수나 전문가, 기업인, 기업지원기관 직원, 공무원 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찬 대구시투자유치단장은 "이미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만족스럽게 기업활동을 하게 되면, 그 외국인기업이 추가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투자기업을 대구로 끌어오는 확실한 홍보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면서 "외국인투자기업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긍정적 시각과 노사평화, 그리고 정주여건 등이 투자유치의 기본 인프라"라고 말했다.

투자유치와 관련, 심각하게 논의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또 다른 인프라가 '지역언론'이다. 무책임하고 성급한 신속보도 위주의 지역언론 보도관행이, 어렵게 성사 직전까지 이른 투자유치를 무산시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의 경우 유치 마지막 단계에서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가 나가면서 그 회사가 있던 창원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이 회사는 창원 인근에 투자하는 것으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도 한 다국적기업이 대구로 올 마음을 굳히고 세부작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때에 대구 유치 사실이 지역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빚어졌다. 이 다국적기업 역시 이미 기업활동을 하고 있던 수도권 지역의 반발과 회유로 인해 대구유치가 불확실해졌다.

김 단장은 "투자자들이 투자의사를 굳히고 시와 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할 경우에는 모든 것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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