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현실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가난한 집의 자녀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비록 말 못할 고생을 겪기는 해도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도 있었다. '사'자 붙는 전문직 또는 관리로서 수직상승하며 부와 명예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었다. 개천에서 登天(등천)한 용들로 인해 寒微(한미)했던 집안이 일약 명문으로 일으켜 세워진 예도 적지 않다.
그러기에 당시 많은 부모들은 허리띠 졸라매며 오로지 자식 공부시키는 일을 삶의 최우선 목표로 했다. 자식의 학비를 대느라 집안 살림 밑천인 소를 파는 일도 흔했다. 수많은 누이들이 자신들의 고운 꿈을 접고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뼈빠지게 일했던 것도 오로지 집안의 기둥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대학을 상징했던 유행어 '牛骨塔(우골탑)'은 바로 가난한 집에서 소 팔아 마련한 등록금으로 대학 건물이 세워졌음을 빗댄 말이다.
여하튼 그 시절만 해도 부모들은 흔쾌히 소를 팔고 논밭을 팔았다. 그것이 자식의 창창한 앞날을 위한 디딤돌이 되리라는 미더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부모들은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1천만원 시대'라는 도깨비가 속을 새까맣게 태우기 때문이다. 매년 슬금슬금 기어오르던 등록금이 올해도 6~14%까지 오른단다. 지난 10년간 사립대 등록금은 70% 가까이 급등했다. 해마다 물가의 몇 배를 뛰어넘는 살인적인 인상률이 계속되다 보니 이젠 부모의 등골까지 팔아야 할 판이다. 부(모)골탑이니 인골탑이니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생들 또한 밤낮 아르바이트하느라 공부가 뒷전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학생의 89%가 학자금을 대출해야 하는 현실이 무얼 말해주는가.
미국의 대표적 명문대인 프린스턴대가 2009년부터 신입생의 약 10%인 100명을 선발해 입학 전 1년간 해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 국제적 지도자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세상을 향한 큰 꿈은커녕 등록금 1천만원 시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네 대학생이 더욱 안쓰럽다. 먼 훗날을 내다보는 프린스턴대의 '큰 사람 키우기' 프로젝트가 참으로 부럽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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