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기업의 대북 투자와 교역을 전담하는 북한 기관의 책임자 집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돼 북측 사정당국이 출처와 용도에 대해 수개월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을 통해 현재 알려진 것은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와 산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정운업 회장이 집에 2천만 달러를 숨겨놓다 발각됐다는 사실이다.
이 돈이 대남 경협 등 민경협이 적법한 해외사업을 통해 번 돈이거나 내부 운영자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으로 조성된 경협자금이나 지원물자를 착복해 얻은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모가 밝혀지면 알겠지만 의심스러운 것은 남북경협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알게 모르게 우리 정부나 기업에서 흘러들어간 돈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민경련의 성격과 역할을 볼 때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관반민의 민경련은 대남 경협사업을 주도하며 금강산관광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와 삼천리총회사(제조업)'광명성총회사(섬유'무역), 개선무역(물류)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경협이 크게 증가하자 1998년 북측이 대남경협 공식 창구로 지정한 기관이다. 남한기업이 대북사업을 하려면 먼저 민경련과 접촉해 사전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되어야 북측 각 사업단위들과 직접 연결시켜 준다고 한다.
최근 2년간 남북협력기금은 2006년 2조4천여억원, 지난해 1조8천여억원에 달했다. 말이 협력이지 무상지원이 대부분이다. '남북경협=퍼주기'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정부도 잘 알 것이다. 북측 조사와 별도로 차제에 정부는 그동안의 남북협력기금과 기업들의 대북 투자자금 흐름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엉뚱하게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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