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새내기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누빈다.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과서 위주의 공부에만 집중해 온 학생들이다. 입시부담에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 다른 책은 읽기 어려웠던 신입생들에게 대구권 주요 4년제 대학교 총장들이 추천서를 내놓았다. 신입생 시절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과 추천 총장들의 독서감상도 짤막하게 담았다. 인생의 대 선배이기도 한 총장들은 신입생들에게 '교과서처럼 정답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느긋하게 즐기고 느끼는 방식으로 읽었으면 좋겠다.' 고 당부했다.
◇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포올러스 지음/김석희 옮김/시공주니어 펴냄
"Boys be ambitious!"
이 말은 대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당부하는 메시지다. 더구나 대학 새내기들에게 시작에 앞서 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은 벅차오른다. 모든 대학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작지만 큰 뜻이 담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바로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얇은 책이다.
이 책은 얼핏 보기엔 몇 장의 그림과 몇 줄의 이야기가 고작인 흔해 빠진 동화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 구절 한 구절을 꼼꼼히 되새김질해가며 읽다 보면 평생의 반려자로 삼을만한 양서임을 절감하게 된다. 행간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우리 신입생들에게 꼭 필요한 보물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탑으로 향하는 수많은 애벌레 무리들, 그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동참한 애벌레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이 왜 탑을 오르는지 탑의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단지 앞선 애벌레를 추월하여 더 먼저 더 높이 올라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밟고 밟히는 아귀다툼 속에서 많은 애벌레들이 상처입고 도태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너무나 당연한 경쟁의 결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나 주인공인 줄무늬 애벌레는 애벌레라면 마땅히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탑 오르기에 대해 "왜?"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 간단한 발상의 전환에서 줄무늬 애벌레는 새로운 자아발견과 노랑 애벌레와 만남의 계기를 마련한다. 그것은 맹목적 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나고, '희망'을 생각하고, 희망을 갈구하고, 희망을 찾으려는 구체적인 목표를 재설정하게 한다. 희망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탑 오르기에 재도전한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를 따라 힘겹게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인고의 시간, 애벌레는 마침내 아름다운 나비로 탈바꿈하게 된다.
대학 신입생들이여, 꿈과 야망을 가져라!
줄무늬 애벌레가 그랬던 것처럼 사고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자. 그리고 맹목적 꿈이 아닌 자신이 바라고 이루고 싶은 꿈을 꾸자. 꿈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그리고 늘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도전과 모험 정신도 바로 이러한 꿈과 희망에서 나온다. 커다란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 이제 출발선에 선 신입생 모두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노동일 경북대 총장
◇ 배려/한상복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실한 마음으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주위에 얼마나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성찰조차 잊고 지내기 쉽다.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한 배려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인지를 느끼게 된다.
2006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어느 일간신문의 신간도서 기사를 보다가 이 책에 대한 소개 글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도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낸 시기일수록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읽고 나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소개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배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고리이다. 우리는 남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남은 곧 '또 다른 나'의 다름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내가 곧 남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람간의 관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를 준다.
배려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배려는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소중한 삶의 철학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려가 주는 힘을 느끼게 된다.
상대가 원하기 전에 사소한 배려라도 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려가 우선되는 사회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제로섬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감동의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상 깊었던 몇 부분을 소개하면서 대학을 입학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남들에게 많은 가치를 안겨줄수록 돌아오는 가치도 늘어납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요.'
'세상 이치는 시험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하면 풀리지 않는 일이란 없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