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불타 버린 숭례문(崇禮門)

하늘이 놀라고 땅이 통곡할 일이다

숭례와 충의가 사라지니

임란에도 호란에도 6.25에도

그 많은 전란에도 꿋꿋이 버텨 온

숭례문

600여 년 긴 긴 나달도

사라지는 데는 순간이더구나

불타 버린 것은 숭례문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 국보 1호 겨레의 얼

태조와 삼봉과 세종과 방촌과 성종이

땅속에서 감았던 눈을 뜨고

양녕의 글씨 우러르던 추사의 눈빛에

불타는 숭례문을 바라보던

오천만 겨레의 가슴에

숭례문 삼킨 불길 같은 눈물이

두고 두고 강물 되어 흐를 일

건물이야 가짜라도 새로 짓는다 하자

사라진 600여 년 나달과

그에 서린 선조들의 얼은

어디 가서 찾으랴

아, 불에 타고 물에 젖은 조선의 꿈이

승천하지 못하고 내려앉은

청룡 황룡의 새까맣게 탄 발톱이

가슴을 할퀴고

낯빛 변한 돌의 울음이 고막을 찢는다

나달도 가고 숭례문도 가고

남은 것은 깨어진 기왓장과 잿더미뿐

아, 이 일을 어찌할까

불타 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을

무너져 내린 이 겨레의 자긍심을

김철진(월간 '문학세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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