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관련된 문제는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대구 중구 덕산동 대구YMCA 1층에 자리잡은 '잡카페(Job Cafe)'는 젊은 구직자들의 야전 사령부다. 지난해 12월 대구노동청이 20, 30대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이 곳은 기존의 딱딱한 구직센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온 사람들은 잡카페의 세련된 분위기에 먼저 놀란다. 인테리어는 이름 그대로 '카페'같다. '차(茶)'를 마실 수 있고 취업상담도 하고,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돈을 받지는 않는다. 그래선지 진로를 걱정하거나 직장을 잡지 못한 청소년과 20대들은 분위기에 우선 마음이 편해진다.
카페지기 양판규(39·전임상담원)씨는 그들을 늘 넉넉한 웃음으로 맞는다.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한 곳쯤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카페운영 철학. 양씨는 20대 중반의 젊은 공무원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기획하고 선택해서인지 관공서라는 이미지는 전혀 느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나와도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죠. 취직을 못하면 어디 갈 데도 없어요. 후배들 눈치 보느라 학교도 못가고 집에 있으면 구박뿐이죠."
양 씨는 고민을 잔뜩 싸들고 온 취업 준비생들에게 함께 진로를 걱정하는 형, 오빠, 친구가 되주기도 한다. '가상면접'도 체험할 수 있다. 또 각 기업체에 맞춘 특성화된 면접방법을 비롯해 잘못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바로잡아준다. 면접할때의 손버릇, 말투까지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아 자신의 문제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도 양씨의 일이다.
"잔뜩 꾸민 자기소개서를 가져오지만 엉터리란 걸 대번에 알 수 있죠. 하물며 노련한 면접관들 눈에는 어떻겠어요? 솔직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게 중요하죠."
양씨는 '뭘 하면 좋겠냐'며 물어오는 젊은 구직자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오랫동안 걱정과 고심을 했을까 안타까움과 측은함이 든다고 말했다. "수능 점수에 맞춰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교, 학과에 진학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막상 졸업 때가 되면 준비한 것이 없어 답답해하다 사회진출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일쑤죠."
양씨는 그래서 당장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급급해 적성을 무시하고 채용공고만 쫓아다니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속깊은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직장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오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럴 땐 조금 둘러가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안내해준다. 그것이 양씨가 생각하는 잡카페지기의 역할이다.
"기업의 인력 채용 방식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는데 젊은 구직자들조차 아직도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기업은 장래 가능성을 보는데, 구직자는 학점, 자격증 등 현재 모습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 문제는 당사자 혼자만의 일은 아니죠.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양씨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충전시켜주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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