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숙경 초대전 '녹색물결'

갤러리 분도 청년작가 지원 프로젝트

매년 지역에서 수백명의 미술인들이 배출되지만 소통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갤러리가 짊어져야 할 중요한 사회적 책무 중 하나가 작가 발굴과 지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신진작가들을 위한 전시(Cacophony)를 열고 있는 갤러리분도가 청년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 첫 번째 전시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작가는 장숙경 씨다. 그녀는 영남대 재학 당시 김호득 교수로부터 동양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정신을 배웠고 일본 유학시절 이우환 교수에게서 동서양 사유의 융합을 통한 생명력 탐구라는 주제를 얻었다.

그녀가 2003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녹색점 찍기에서 스승의 흔적들이 비치는 까닭이다. 흰 화면에서 확산되는 녹색점들은 자연의 정수를 표상한 것이다. 녹색은 울창한 나뭇잎의 빛깔이며 왕성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판화지에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엄지손가락으로 한 점, 한 점 찍어 가는 것은 속절없이 흘러 가버리는 시간을 붙잡아 두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행위다. 점을 찍는 순간은 작가가 선택한 가장 비옥한 체험의 시간이며 점찍기를 통해 작가는 생동하는 삶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점찍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사색했던 김호득 교수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25일부터 3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초대전의 타이틀은 '녹색 물결'이다. 장숙경 작가는 바람이 이는 숲에서 받았던 장엄한 녹색 파도의 감동을 재현한다. 벽에 고정시키는 작업에서 벗어나 녹색점들의 흐름으로 가득한 반투명 매체를 여러 겹 중첩시키는 효과를 통해 전시공간을 가로지르며 넘실거리는 생명 에너지를 실현한다. 053)426-5615.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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