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지난해 3월 유라시안필하모닉 '금난새 협연'을 끝으로 자취를 감춘 그녀가 1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를 대표할 신예로 촉망받던 정점에서 홀연히 대구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안겨주기도 했던 그녀. 프리마돈나 손현진(36)을 그녀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라보엠, 토스카, 헨젤과 그레텔 등 수많은 오페라작품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하며 무서운 신예로 급부상했던 그녀였지만 그녀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채 4평도 되지 않는 좁은 연습실에서 가슴에 담아둔 열정과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고 있는 그녀. 잠시 중세 유럽을 다녀온 그녀의 인생 제2막을 들었다.
지난해 3월 금난새 협연이 끝난 뒤 한달 만에 그녀는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페라에 몸을 담은 지 6년 만이었다. 클래식 음악과 사진전, 미술전시회 등 숱하게 많은 예술 공간을 찾아다니며 채우고 또 채웠지만 예술적 허기는 달래지지 않았다. "노래는 무형의 예술이잖아요. 매번 무대에서 쏟아내는 만큼 채워야 하는데 예술적 영감이 오히려 빈약해지더군요." 그래서였다. 공연 의뢰가 이어졌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현 위치를 지키려고만 하다가는 훗날 더 큰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저할 겨를이 없었다.
그 후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중세 유럽을 만났다. 고대 로마의 자취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가 한 곳에 어우러진 이탈리아 베로나는 그녀에게 예술의 숨결을 가져다주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에너지가 보충됐고 영감이 이어졌다. 특히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그녀는 갇힌 공간에서 단절된 채 쏟아냈던 소리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한편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오페라 배우들의 레슨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은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으로 삶의 여유를 찾아갔다.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에 돌아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이 조금씩 움틀 수 있었어요." 8개월 뒤 무대가 그리워진 그녀는 돌아올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그녀는 다시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시차적응도 안 된 요즘, 그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향한다. 4월 공연 예정인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정기 공연 '돈 지오반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연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개월 동안 겹겹이 쌓아두었던 에너지와 열정을 그녀는 연습 무대에서 쏟아내고 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주어졌어요. 공연에서 맞게 된 '엘비라' 역 역시 제 음색과 잘 맞아 설렐 정도예요" 그녀의 상기된 얼굴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을 견뎌낸 뒤 재기를 꿈꾸는 그녀의 어깨는 대구 오페라의 미래를 짊어질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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