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실업자 지원정책' 겉돈다

▲ 지난 20일 노인일자리 사업설명회가 열린 남구청. 600여명의 노인 구직자들이 발디딜 틈없이 몰려 구직 열기를 실감케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지난 20일 노인일자리 사업설명회가 열린 남구청. 600여명의 노인 구직자들이 발디딜 틈없이 몰려 구직 열기를 실감케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시의 실업자 지원 정책이 겉돌고 있다.

일자리가 절실한 노년 구직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관공서 단기 근무직은 관련 규정이 정한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

◆일할 '자리'가 없어서…

지난 20일 오후 남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열린 2008년 노인일자리 사업설명회장에는 노인 구직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철 안전지킴이, 실버강사, 숲생태해설사 등 20만원짜리 임시직(4개월)이 대부분이었지만 600여명이 몰렸다.

1년째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석영자(68·중구 남산동) 할머니는 "자식도 형편이 어려워 나라도 벌어야 한다"며 "가사도우미 자격증까지 땄지만 아직까지 불러주는 곳은 없다"고 답답해 했다. 한 60대 할아버지는 "이런 임시직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적어도 1, 2년은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설명회장에 온 노인들 가운데는 환갑 안팎의 젊은 노년들도 많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대구시는 올해 94억여원을 투입, 지난해보다 1천800개가 늘어난 1만1천여개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노인 수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가 지난해 말 집계한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2만985명이며 이중 상당수가 구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경제정책팀 문애경 노인일자리 담당은 "경기침체로 구직에 나서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고용해줄 업체가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할 '사람'이 없어…

청년실업자들의 경우 지자체마다 모셔가기 바쁘다. 대구시와 구군청에서 실시하는 공공근로 사업 대상의 20%를 청년 미취업자(만29세 이하)로 채우도록 한 청년실업대책 규정 때문.

달서구청은 올해 1단계(1~3월) 청년실업대책사업 신청자 30명을 선발했지만, 근무한 지 채 한 달이 안돼 4명이 취업 등 개인사정을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구청은 20%를 맞추기 위해 30세 이상 일반인 가운데 컴퓨터 활용 가능자를 모집, 자리를 채웠다. 1일 8시간, 3개월 근무에 220만원이 지급되는 '괜찮은' 일자리였지만 대기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구청 도서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대졸자는 "업무에 비해 보수는 많은 편이지만, 결국은 아르바이트일 뿐이어서 큰 매력이 없다"고 전했다.

북구청도 지난해 12월 청년실업자 32명을 선발했지만 20일 현재까지 16명이 그만뒀다. 빈자리는 대기자들에게 연락해 겨우 채웠다. 구청 관계자는 "1단계 종료일인 3월 말까지 일을 하겠다는 다짐을 사전에 받고 선발했는데도 이런 형편"이라며 답답해 했다.

서구청 경우 전체 공공근로 인원 125명 중 청년실업자는 정원(30명)을 빠듯하게 채웠지만, 나머지 95명을 모집하는 일반공공근로사업에는 220명이 신청, 100여 명이 대기자로 남았다.

한 구청 공무원은 "청년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연계해주자는 당초 취지도 빛이 바랬고, 대부분이 관공서 내근에 집중돼 정작 손이 필요한 현장 일은 기피하고 있다"며 "책정리나 복사 등 허드렛일을 맡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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