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전환의 대구·경북] ①재도약, 절호의 기회

지역민 합심…준비된 만큼 크게 뛴다

▲ 지난해 대구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 지난해 대구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중소기업살리기 타운미팅'을 갖기 위해 대구섬유개발연구원을 방문,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매일신문자료사진

산업화의 중추 세력이었던 대구경북은 지난 15년의 세월 동안 세계화와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 시대에 변방이었다. 그 결과가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 14년째 꼴찌란 불명예다. 대구경북 자체 탓도 있고, 정권 탓도 있다. 그래서 대구경북민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많이 찍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 과연 대구경북이 바뀔지 또 바꿀 수 있을지,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점검해본다. - 편집자

경북 경산에 가면 대학교 위치를 모르면 길을 찾을 수 없다. 표지판에 대학교 이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케임브리지'란 명성에 걸맞게 간판이 파리처럼 아름답고 예술적이다. 경산시가 건물주를 설득, 대학생 공모를 통해 너덜너덜한 간판을 몽땅 교체한 결과다. 경산은 또 자전거 천국이다. 대학생의 통학 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전거 전용도로 등 주요 도로를 자전거와 보행자 위주로 바꿨다. 젊음이 넘치고 문화가 풍성해 방학이면 전국과 세계의 젊은이들이 대구경북으로 몰려든다. 이 모든 변화가 경산·대구 수성구·대구 칠곡이 '교육 특구'로 지정되면서 가능해졌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건설로 침체일로에 빠졌던 경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투표로 유치한 월성원전 환경 관리센터(방폐장)와 양성자가속기를 구경하려는 학자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시범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돼 세계의 환경운동가들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역사와 문화, 산업이 공존하는 경주를 첫손에 꼽는다고 한다.

형산강이 경부대운하와 연결돼 뱃길로 포항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고, 대구나 부산, 문경새재에도 갈 수 있어 관광 코스로 너무나 매력적이다.

울진-경주-포항-울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도 계획적 개발을 통한 지역 발전의 우수 사례로 꼽혀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구 달성군과 낙동강 건너편의 고령군, 성주군 일부 지역은 농촌에서 우수 인재들이 몰려드는 자족형 첨단도시로 변모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설립에 맞춰 달성 일대를 테크노폴리스로 개발하려던 도중에 경부대운하 낙동강 유역 공사가 끝났다. 구지면 일대 990만㎡(300만평)에 국가과학산업단지가 조성돼 대기업 첨단 공장과 연구소가 잇따라 들어섰다. 그 결과 달성군과 인근 지역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맞먹는 '낙동강 테크노폴리스'가 된 것이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신이 났다. 해외 출장을 가려면 자동차로 동대구역에 가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야 했으나 이젠 영남권 밀양국제공항에 1시간 안에 가서 비행기를 타면 된다. 구미-대구-경산-청도-밀양으로 이어지는 광역전철망이 생겨 편리하고, 낙동강 양안(兩岸)에 건설된 도로를 따라 차로 달리며 아름다운 낙동강을 즐기는 출장길은 즐겁다.

대가야의 도읍인 고령군도 새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군에서 사촌리·도진리 앞으로 흘러내리는 회천(回川)이 준설돼 낙동강대운하와 뱃길로 연결되면서 금관가야의 본 고장인 김해시와 '가야문화축제'를 기획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다. 버려지고 외면받던 가야 고분과 양전리 암각화도 새단장됐고, 가야 문화재도 고증을 거쳐 복원돼 문화재도 보고 뱃놀이도 하는 '낭만의 축제'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이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전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세계신기록이 쏟아진 것도 성공의 요인이지만 메인스타디움인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스포츠영화제'를 2009년부터 개최해 육상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스크린을 월드컵경기장에 걸고 한여름밤에 6만명이 운집해 '마이웨이', '분노의 주먹'을 감상하면서 받은 감동이 육상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됐다. 그 결과 경기장마다 수많은 관중이 몰려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흑자 대회가 됐고, 대구를 세계에 홍보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5년, 10년 후 쯤 대구경북이 이렇게 바뀌는 것은 한낱 꿈이 아니라는 것이 많은 지역 리더들의 의견이다. 한반도대운하와 990만㎡(300만평) 국가산업단지,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 등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시범단지 조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미 정책으로 발표한 것으로 경북이 이의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교육특구는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소신으로 알려져 있어 대구경북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교육도시 대구·경산의 미래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명박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대선 공약만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지켜져도 대구경북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지내며 'MB노믹스'의 틀을 짠 최경환 의원(경산·청도)은 "대구경북이란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는 것은 리더들과 지역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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