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민 "이명박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25일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는 대구경북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오랜 정치적 실의와 경제적 곤궁함을 겪은 뒤여서일까, 지역 출신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내 일처럼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보았다.

▷조해녕(64·전 대구시장)=새 정부는 사회갈등을 봉합하고 서로에게 정이 흐르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모두가 선진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경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계층 간에 사랑의 마음으로 분열을 없애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화입니다. 성장과 실적에 매달리다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새 정부는 지방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구촌 전체가 분권화의 물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만 고집하면 국제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합니다. 국가의 주요 프로젝트는 지역별로 골고루 배분돼야 하고, 인재 등용도 편중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정 지역 배려로 인해 대다수 국민이 상실감을 겪는 일이 되풀이되면 곤란합니다. 과거의 국가관리는 중앙집권과 정부주도, 경제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앞으로는 민간 주도와 지방 균형발전, 형평성 중심이 돼야 합니다. 더 좋은 나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 김성열 대구 수성아트피아 관장=숭례문 화재도, 태안군 방진복사태도, 헬기 추락사고도 모두 사업시행 당시에는 행정, 업적, 제도, 규칙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일이 생겨날까?

그러한 일을 결정하고 시행하고 최종 돌아온 결과물이 바로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의 책임소재를 '행정'과 '규칙', '제도'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중요한 일들 치고 사람의 마지막 손끝이 작용하지 않는 일은 없다.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재료를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누구와 무엇을 위하여 만드느냐 하는 만드는 사람의 능력, 열정, 손끝의 움직임, 마지막 뒤처리 등으로 대변되는 '손맛'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진정성들이 서로 교통되고 그래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

▷ 최태경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회장=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중책을 맡으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서문시장 5천여개 상가를 대표해 축하드린다. 젊은 시절 재래시장에서 장사해 본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의 존치 이유와 활성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주차장 문제를 건의하고자 한다. 서문시장 주차장은 1995년에 지어져 750여면을 갖고 있지만 주차공간 부족과 당시 설계 잘못으로 차량정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차장을 재건축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해 주차난과 시장 교통정체를 해소해야 한다. 서문시장은 상인대학을 설치·운영해 친절 및 판매 교육을 통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살리고 서문시장을 비롯해 많은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

▷ 김우종 혜공 대표=기업인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 참으로 반갑다. 차기 정부의 친기업 정책과 함께 이뤄질 기업들의 성장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고 한국의 선진국 진입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인으로서 대구 침체의 원인은 대구 패션과 섬유 업계의 부진이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 도시마다의 특성이 있고 그 특성을 발전시켜야 균형 발전이 이뤄진다. 대구시의 색깔은 패션과 섬유이다. 요즘 대구 패션과 섬유 업계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패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에서 힘을 실어주면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다. 대구 패션·섬유 업계의 열정과 혁신이 정부 지원과 맞물려 패션도시로 성장이 이뤄진다면 대구시가 가까운 미래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패션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 정종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회 상임대표=아직 한국 사회 곳곳에선 성평등보다 차별논리와 경제적 효율성으로 여성과 여성노동성을 재단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배제와 비정규직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보육문제 역시 공공성 확보와 저출산문제, 가족형태의 변화 등 성인지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복지 관점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여성정책은 여성들의 권익 증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등과 희망, 안정이 맞물려 진행된다. 이 대통령에게 여성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당부하고 싶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도 희망한다. 이들이 한국에 정착한 후 기존 구성원과 함께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여성 보육 정책을 기대한다.

▷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 기업의 CEO 출신으로서 최초로 국가 수장이 되신 만큼 더욱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오늘날 일선 스포츠 현장의 환경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점점 어린이, 청소년들이 기피하고 있고 화려해 보이는 프로 스포츠 역시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가 이런 위기 상황에 직면한 데에는 각종 규제 등 제도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된다. 신임 대통령님의 스포츠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고 정부조직 개편으로 문화체육관광부도 새롭게 생겨난 만큼 임기 중에 스포츠 발전에 더욱 많이 힘써주셔서 대한민국이 진정한 스포츠강국이 되게끔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

▷ 서경돈 대구가톨릭대 총장=경제 살리기와 경제 성장이 온 국민의 열망이요, 새 정부의 대과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한 걸음 느리고 더딜지라도 기본이 바로 선 사회, 도덕성이 탄탄하게 바탕을 이루는 사회를 구축해 모든 국민이 마음으로 안정되고 서로를 신뢰하며 정신적으로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제일의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의식 향상과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사회 상위 1%, 즉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가진 자와 누리는 자들이 더 가지고 더 누리기 위해 부정 불의 부패를 행하는 것을 듣고 보는 데 국민들이 더 이상 염증을 느끼지 않고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정치적 역량을 모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사회와 국가를 믿고 따르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 김창훈 계명대 총학생회장=새 대통령에게 두 가지만 바라겠습니다.

첫째, 점점 높아져 가는 대학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됐습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주십시오. 지금도 공부를 하고 싶지만 대학의 높은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둘째, 대학생들의 취업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취업이 됐다 하더라도 세금 등 제세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수령하는 액수는 88만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88만원 세대'라고 하지요.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면서 1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길은 너무도 멉니다.

새 대통령께서는 대학생 모두가 바라는, 하지만 너무도 힘든, 등록금 문제와 취업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이명박 대통령은 환경파괴의 오명을 덮어쓰는 장본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축하의 인사라도 건네야겠지만 환경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차마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새 정부가 천명해놓은 대운하 사업을 국민이 걱정스럽게 보고 반대까지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파괴된 환경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냥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 국토는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겁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대운하가 건설되면 대구경북지역은 취수, 수질 등 심각한 환경 부작용에 시달릴 것입니다. 또 동화천 택지개발 사업 등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나서 지역의 자연을 훼손하는 사업들을 거둬주십시오. 자연과 사람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함께 호흡하는 새정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덕수 변호사(전 대구고법원장)=국민들이 자기 일에 보람을 가지고 편안하게 종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셔야 합니다. 성숙된 정치로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해주기를 바랍니다. 정책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기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법조인으로 갖는 바람은 법의 원칙을 확고히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면권을 남발해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관대한 처사를 베푸는 바람에 사회의 법 정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눈감아주고, 봐주고 하지 말고 법원의 사법권, 재판의 결과를 존중하는 정부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지역 경제회생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지요. 최근 대구경북은 그야말로 낙후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더 많은 관심으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켜 사람들이 신나고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십시오.

▷최달천 대구여고 교장=최고의 영부인이라는 찬사를 들으시길 바랍니다. 동문·후배들과 교사들의 역할은 영부인이 나온 명문고라는 자긍심만 가슴 속에 새긴 채 누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낮추는 일입니다. 저희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굳건히 서서 전통을 잘 지켜가려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요즘 김 여사 덕분에 대구여고 학생들의 포부가 훨씬 더 커졌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커서 김 여사 같은 영부인이 되라'고 말을 건네면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돼 선배를 능가하는 후배가 되겠다'는 당찬 대답이 돌아옵니다.

온 국민의 기대를 받으면서 출발하는 자리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처럼 경제를 살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김 여사가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철언 한반도 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이 시대의 과제인 발전과 복지와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 지역간, 빈부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뤄 선진복지 통일시대로 나아가는 5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대화합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지역간 계층간의 위화감과 갈등의 골이 과거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극복할 수 있어야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그동안 낙후된 대구경북지역의 발전을 위한 명실상부한 국제공항건설과 K-2이전, 월드컵경기장 주변의 세계적인 레저타운 조성 등 지역현안들이 조기에 이뤄지기를 바란다. 지난 10여년동안 우리가 많이 양보한 만큼 새 정부는 지방화와 세계화 추세에 걸맞게 대구경북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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