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건설회사 CEO 출신 대통령은 과연 5년이란 통치 세월을 어떻게 이끌어갈까. 필자는 자그맣고 날카로운 눈매의 새 대통령이 내심 마키아벨리의 강한 군주형의 통치철학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반드시 그쪽을 선택할 것이다. 비록 대통령에 취임은 했지만 아직은 틀림없이 결코 권력자의 칼을 섣불리 서둘러 뽑지도 않을 것이다. 최소한 총선까지는 발톱을 감추고 먹이를 향해 다가가는 표범처럼 발소리를 죽이고 엎드린 채 결정적인 일격의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때로는 굽히고 때로는 발톱을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험난한 현장에서 진검 승부로 다져온 CEO형 실용주의자에게 배양되는 체질이다. 항상 자신의 결단이 옳고 승리했던 실용주의자가 지니기 쉬운 독단적 확신으로 무장되는 것이다.
그런 기대가 빗나간 것일까. 그는 여당과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에서 세워도 됐을 발톱을 내렸다. 마키아벨리는 지적했다.
"君主(군주)는 스스로의 권위를 해칠 수 있는 타협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대결하는 것이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봤자 상대는 오히려 더 많이 빼앗으려 드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 섣부른 양보에 의해 드러난 군주의 약점은 군주 편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실망시켜 냉담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런 마키아벨리가 보기엔 이명박 대통령은 첫 번째 타협에서는 실패한 군주가 된 셈이다. 너무 서둘렀고 너무 쉽게 초조함을 드러내 발톱을 움츠렸다. 18부 4처의 비대한 정부를 13부 2처로 줄이겠다던 작은 정부 공약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끝에 글자 수만 늘어났을 뿐 그 이름이 그 이름인 부처를 그대로 남겨둔 채 취임식장에 앉은 것이다.
6천900명의 공무원을 줄이겠다던 豪言(호언)도 고작 3천700명만 줄이는 용두사미가 됐다. 통일부도 여성부도 간판만 남겼지 중요업무는(여성부 경우 90%) 타 부처로 다 넘어갔다. 이름표만 호랑이라 붙여두고 虎骨(호골)과 虎皮(호피)는 빼가고 벗겨간 꼴이다.
그런 빛바랜 포장 바꾸기 개혁이 국민의 눈에 과연 얼마큼 작은 정부로 보일 것인가. 그가 지나치게 발톱을 감추느라 안 했어야 할 타협을 한 결과다. 마키아벨리의 지적대로 군주편이 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실망시키고 냉담하게 만들었다. 잘하고 있다는 지지율 56.8%가 증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80%나 YS의 93% 초기 지지율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새 대통령을 시험할 또 하나의 중요한 타협거리가 남아있다. 세칭 '富者(부자)내각' 논란이다. 민주당과의 타협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자 장관들을 추천하고 승인한 공신 측근과 자신과의 타협이고 결론은 이 역시 그 타협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방어 논리나 아집으로 자신과 스스로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변인과 해당 장관들의 해명을 들어보면 새 정부답지 않게 대충 어물쩍 타협을 하려 들고 있음이 완연하다.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장관 후보 입에서 암 건강진단 결과가 좋다고 기분으로 오피스텔 한 채를 선물해 주더라는 해명이 나오고 절대농지를 산 후보는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는 등 거짓 해명하는 수준이다. 같은 해명도 어쩌면 이렇게도 섬기겠다는 국민들 염장 지르는 귀족 냄새나는 표현들인가. 능력과 돈은 있는지 모르되 소위 '시견'이 없어 보인다. '배용준이를 봐라'며 148억원의 재산을 변호하는 배우 출신 후보, 노무현 내각 때보다 3배 가까이 재산이 많은 것이 그동안 부동산값이 올라서 그렇다는 대변인.(실제 부동산 상승률은 35%가 공식 통계다)
스스로 궤변과 모순된 논리로 타협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취임식 날이라 진심으로 축하는 드리지만 장관 청문회 때는 시견 없는 장관일랑 스스로 걸러내고 해야 할 타협, 안 해야 할 타협 가려가며 희망 있는 5년을 이끌어 가기를 당부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