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음악 외교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하프의 명연주자였다. 요정 에우리디케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살던 중 에우리디케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다. 몹시 슬퍼한 오르페우스는 冥界(명계)로 아내를 찾아나섰다. 맨 먼저 앞을 가로막은 아케론강의 뱃사공은 오르페우스를 보고 노를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가 하프를 뜯기 시작하자 감동한 나머지 조용히 강을 건네주었다.

'불의 강'도 '망각의 강'도 오르페우스에게 길을 내주었다. 마침내 명계의 왕 하데스도 그의 하프와 노래에 감동한 나머지 에우리디케를 내주었다. 어떤 艱難辛苦(간난신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의 힘, 그리고 음악의 힘을 오르페우스 이야기만큼 잘 드러내 주는 것도 드물 성싶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등 여러 예술 장르 중에서도 언어와 시공간의 제약을 가장 덜 받는 것이 음악이다. 그러기에 음악은 종종 냉전 당사국 간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소 냉전기이던 1956년 미국 보스턴 심포니가 서방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소련땅을 밟은 것을 시작으로 1959년에는 뉴욕필이 소련 3개 도시 순회공연을 했다. 1958년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는 당시 23세의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이 1위를 차지, 미국 문화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던 당시 소련인들에게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중 핑퐁외교 이듬해인 1973년 필라델피아 필하모닉의 베이징 연주 때는 예술에 목말랐던 중국인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내일(26일)이면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역사적인 북한 공연이 있게 된다. 27일엔 조선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도 있을 예정이다. 1842년 창단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뉴욕필은 베를린 필, 빈 필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꼽힌다. 그간 서로를 '철천지 원쑤'니 '악의 축(Axis of Evil)'이니 비난하며 대립해온 북한과 미국이 사상 처음 펼치는 '음악 외교'가 지구촌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평양 거리의 반미 선전물 일부가 철거되고 있다는 외신도 달라진 북한의 자세를 짐작하게 한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 돈 커크는 북한을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뉴욕필의 북한 공연이 양국 간 오해와 증오를 푸는 멋진 기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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