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민 요구는 실적이다

이명박 17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 시대의 개막이다. 오늘 국민들은 말이 창궐하던 시대가 가고 실질이 꽃피리라는 희망 속에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봤다. 한결같이 살림살이를 펴 달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런 만큼 새 대통령은 취임의 감흥에 젖을 겨를이 없다. 이미 새 정부의 첫 출근길에는 숱한 과제가 산을 이루고 있다.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이 갈 길은 첫째도 실적이고 둘째도 실적이다. 실적을 통해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려 내는 것이다. 피폐한 민생에 윤기가 돌게 실적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험난하다. 대통령 스스로 성장목표치를 수정했듯이 '이명박호' 출범 원년의 경제환경은 만만찮다. 동시에 터진 세계 금융경색, 고유가, 원자재 품귀, 물가앙등은 낮춰 잡은 6% 성장마저 허용 않을 조짐이다. 지금으로는 '10년간 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인 '7'4'7'의 앞길이 예측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첫날부터 신발 끈을 바짝 조여야 하는 이유다.

경제는 기업이 신바람을 내야 산다. 반기업적 정서에 지친 기업들에게 투자의욕이 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규제 혁파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현장에서 만족하는 수준까지 풀 건 푸는 게 옳다. 정부는 기업 스스로 체력을 키우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 게 제 일이다. 민간에 자율을 돌려주고 확장하는 게 작은 정부의 본분이다.

지금 국민들에게 일자리만큼 절박한 문제는 없다. 한 해 60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고작 30만개다. 이 청년실업을 포함해 전체 산업예비군 300만명이 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매년 60만개씩 5년 동안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복음과 같다. 지켜야 한다. 민심은 먹고사는 약속이 어긋날 때 사납게 돌아선다.

온 국민의 관심인 교육 역시 자율이 춤추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 경쟁시대다. 세계 인재경쟁에서 수월성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하고, 모자라는 학생은 채우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제까지 교육에서 성공한 정권은 없다. 백년대계를 놓고 분별 없이 설쳤기 때문이다. 새 정부 모든 정책은 교육현장과의 조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60년 산업화와 민주화를 자랑스럽게 평가하면서 올해를 선진화 원년으로 선언했다. 경제적으로 살기 좋아졌다고 선진화라 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도 자부심이 넘쳐야 선진화한 나라다. 실용을 강조하면서도 성과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이 밀고 가는 효율성 드라이브는 자칫 탈이 날 위험을 안고 있다. 시장만능주의가 그것이다. 강자만 살아남는 사회는 온전하게 지탱할 수 없다. 약자와 소수자, 경쟁 탈락자에 대한 배려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절대적이다. 시대정신인 사회통합은 시장과 복지의 균형이라 할 수 있다.

지난날 정권들이 하나같이 욕을 먹고 물러난 것은 말귀를 닫고 지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민과 소통하려던 대통령이 권력에 취하면서 이내 오만과 독선에 빠져들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존중해야 한다. 항시 국민 여론에 귀기울이고 3권 분립에 충실히 복무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불편해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경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만으로는 어림없다. 노조를 향해 '유니온 프렌들리'라고도 해야 한다. 노조 협력 없는 경제 살리기는 헛말이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흐름을 안고 과감하게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뜻이다. 상식이 핏줄처럼 흐르는 사회가 그런 나라다. 지도층에 더 법 잣대가 엄격한 사회, 시위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이 지켜지는 사회다. 한쪽으로 기운 남북관계 또한 국민 상식에 맞춰 바로잡아야 그런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래야 나라의 품격이 서고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것은 자신을 버리는 길이다. 5천만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거는 헌신이다. 그 초심을 5년 내내 이어갈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오늘 출발선에 쏟아진 박수가 결승선에서 더 세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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