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화방 미숙이 서울 도전기] ②기획자들의 걱정

"대학로 관객이 줄고 있다"

'만화방 미숙이 서울 도전기' 기사가 게재된 후 많은 분들이 격려 전화를 주었다. 몇 마디 말뿐이었는데 힘이 솟았다. 또 일주일이 지났고 공연날짜는 그만큼 다가왔다. 티켓박스에서 '만화방 미숙이' 리플릿이 다 나갔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들렸다.

포스터 붙이는 사람을 구하려고 대학로를 서성대다가 포스터 부착 작업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 이 일은 혼자하기에 벅차다. 일당을 주고 그들을 고용할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포스터를 붙여 주겠냐? 하루 얼마쯤이면 되겠냐?"

그들은 대꾸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한국인이 아니었다. 인건비 때문이겠지만 대학로에서는 공연포스터 부착 작업을 외국인이 주로 맡고 있었다.

연극·뮤지컬 공연은 대구에서만 힘든 게 아니다. 대학로 기획자들은 한결같이 '관객이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요즘 대학로에는 공연 구경보다 술 마시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극장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남은 극장은 순수예술보다 상업예술을 공연하고 있었다. 저급한 코미디 연극을 비판하던 대학로 관계자들은 "이젠 상업적인 공연이 아니면 관객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대학로의 현실이다"고 했다. 대학로 기획자들의 암울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만화방 미숙이'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걱정이 자꾸 커졌다.

걱정 속에서도 대학로에 걸린 '만화방 미숙이' 현수막을 바라보면 뿌듯하다. 입가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가로등 포스터 자리'와 '지하철 벽보'에도 차례차례 만화방 미숙이가 걸릴 것이다.

서울 뮤지컬 잡지와 인터뷰도 했다. 아직 몇 안 되지만 '만화방 미숙이'를 공연할 '나무와 물' 극장으로 공연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시작했고, 이제는 열심히 하는 수밖에 도리 없다.

공연팀이 묵을 숙소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 짬짬이 성균관대학교 근처를 뒤지고 다녔다. 이사철인데다 학생들 개강이 얼마 남지않아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방을 빨리 구해야 공연팀이 올라올 수 있는데 마음이 급했다.

혼자 서울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피아노를 연주할 한나와 이성자 작가, 조형제 음향감독이 격려차 서울까지 왔다. '만화방 미숙이'의 대구공연 성공은 이런 팀워크 덕분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가 찜질방에서 묵지 말고 깨끗한 방을 구하라며 여비를 찔러 주었지만 나는 찜질방으로 갔다. 편하게 지내려고 서울에 온 것은 아니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해이해진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복잡하고 초조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고민이 많고 걱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공연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책임감이다.

이동수(뉴컴퍼니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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