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팡이, 생활 도구인가? 예술 작품인가?

'홍현기의 지팡이전'전 손작업한 1500개.과일나무 1그루 선보여

'홍현기의 지팡이'전이 3월 1일부터 4월 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과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봉산문화회관이 '예술이 도심을 재생하다'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마련한 전시로 문화예술이 도심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대구 도심을 창의적으로 재생하기 위해 '예술의 역할, 공공성을 말하다'라는 주제 아래 열린다. 자연의 에너지가 넘치는 예술작품 전시를 통해 도심을 생기 있고 활동적인 공간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예술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

이번에 전시될 지팡이는 삶의 일부를 지탱하는 도구이자 예술이 인간을 위해 기능해야 함을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생활과 예술의 동화', '생에 대한 경외', '수작업으로의 복권' 등 작가의 예술적 신념까지 반영하고 있다.

홍익대를 졸업한 뒤 회화작품으로 여러차례 개인전을 가진 홍현기 작가는 왜 지팡이 작업에 매달리게 되었을까. 경북 예천 출신인 그는 10여년 전 예술가로서 노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산에서 주워온 나무로 지팡이를 다듬어드렸다고 한다. 노모에게 지팡이는 의지, 치유, 재생의 의미로 다가왔고 작가는 생활과 예술이 동화되는 접점을 체험했다. 이후 지팡이는 작업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미술 형태에 대한 개념 규정이 필요 없는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 손작업을 통해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작가로서의 존재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평면작업에서 끈질기게 매달려온 '신화'에 대한 문제도 원초적인 생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생명을 의탁하는 도구인 지팡이 작업은 40여년간 해온 평면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홍현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 지팡이 1천500개와 직접 길러온 과일나무 1그루를 선보인다. 지팡이 자체를 감상하기보다 지팡이가 인간에게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투영하는 설치 형식이다. 조형적으로 근사할 뿐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완벽해 예술성과 일상성을 넘나드는 그의 지팡이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대구현대미술 역사에서 중요한 일면을 차지하고 있는 홍현기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053)661-3081.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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