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남편들은 모두 팔불출이에요."
전만길(51·여) 충북 옥천군 결혼이민자지원센터장은 "이곳 남편들은 모이기만 하면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면서 "우리 고장만큼 다문화가정 남편들이 아내한테 잘하는 곳도 없다"고 자랑했다.
이곳 결혼이민자지원센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먼저 결혼이주여성 남편들이 결성한 '남편자조모임'이 눈에 띄었다. 매월 남편들은 모임을 통해 먼저 결혼한 선배(?)에게 부부 갈등 해소 노하우를 전수 받는다. 1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남편자조모임은 각종 토론회는 물론이고 군정에도 적극 참여해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옥천 남편자조모임 회장이자 전국 모임 대표인 이철세(41)씨는 "남자들이 처음에는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노출을 꺼렸는데 남편자조모임을 통해 다문화 정책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다"고 했다. 남편자조모임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는 시어머니 자조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전 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편·시부모·이주여성 본인의 삼위일체가 되어야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취지 탓에 옥천군에서 닻을 올린 남편자조모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센터는 이곳 분위기에 걸맞게 독특한 한글 교실, 친정어머니 만들어주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단순한 한국어 교실에 머물지 않고 '상황별 맞춤형' 대화법을 가르친다. 시어머니와 마찰이 생길 경우 "어머니 알겠습니다. 다시 잘 배우겠습니다" 라고 가르치는 등 갈등을 해소하는 표현법을 집중 연습 시킨다.
또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친정어머니 만들어 주기'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결혼이주여성과 결연을 한 한국인 할머니들이 친정 어머니 역할을 맡아 결혼식, 돌잔치 등 각종 가족 행사때 함께 참석해 음식 장만, 행사 진행을 돕는다. 2년째 친정어머니를 하고 있는 김인희(59·여)씨는 "아들만 둘이었는데 새로 딸이 생겨 너무나 좋다"며 "몇달 있으면 손주를 본다"며 자기일처럼 좋아했다.
옥천군 남편과 시어머니들은 아내와 며느리는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공식을 철석같이 믿는 듯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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