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콩값이 비싸다기로 노인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메주까지…"
최근 콩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시골마을 가정집 서까래에 걸린 메주를 훔쳐 달아나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영천 신녕면에 사는 A(80)할머니는 며칠 전 들녘에 잠시 나갔다 오는 사이 처마밑에 매달아 두었던 메주 20개를 모두 도둑맞았다.
대구와 포항 등지에 흩어져 사는 아들 딸에게 간장과 된장을 담아 주겠다며 메주를 장만해 둔 할머니는 "그게 어떤건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좀도둑은 또 창고 안에 보관해 두었던 콩 서말도 함께 가져갔는데, A할머니는 피해자가 자신 외에도 근처 동네에서 여럿 있다고 했다.
포항 기북·죽장면 지역에서도 메주를 잃어버렸다는 노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콩 1㎏ 값이 1만원에 육박하고 메주 한 개가 4만∼5만원 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처럼 면단위 시골마을의 '메주(콩)'가 좀도둑들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가격 폭등세와 함께 장 담글 철이 돌아오면서 수요까지 폭증하자 일단 훔치기만 하면 5일장 등지에서 쉽게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경찰 분석이다.
25일 포항 오천읍 5일장에서 만난 김모(76) 할머니는 "메주를 잃어버렸다는 이웃 노인네들이 몇 있다"면서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시골 할매들의 세간까지 도둑질해 가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옆에 있던 윤모 할머니도 "고철값이 비싸서 다리 난간 떼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메주 도둑은 정말 듣는 게 처음"이라며 "이러다가 방안에 있는 콩나물 시루까지 안들고 간다는 보장이 있느냐. 참으로 험한 세상"이라고 혀를 찼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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