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기업형 아이템 작업장 '짱구방'

법망 피해 돈벌이…독버섯처럼 번져

▲ 대구시 남구의 한
▲ 대구시 남구의 한 '짱구방'에서 20대 청년이 층층이 쌓인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기업형 게임아이템 작업장, '짱구방'

지난 16일 오후 3시쯤 대구 남구의 한 낡은 상가 3층. 좁은 통로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서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모니터가 층층이 쌓인 책상 앞에는 20대 초반의 남자 7명이 곳곳에 흩어져 게임에 열중했다. 사장인 30대 초반의 A씨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옆방에서 자는 사람까지 치면 모두 19명이 일한다"고 말했다.

언뜻 PC방처럼 보이는 이곳은 최근 2, 3년새 대구 곳곳에서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속칭 '짱구방'이다.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모아 인터넷상에서 돈을 받고 파는 신종 기업이다. 2003년 리니지 게임을 시작으로 대구에 첫 등장한 짱구방은 이제 100여곳에 이른다.

◆"사이버머니, 아이템을 벌어라"

짱구방은 보통 20, 30대의 컴퓨터를 허름한 상가 사무실에 설치해 놓고, 20명 안팎의 직원을 채용한다. 앳된 얼굴의 직원들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에 매달린다.

A사장은 "매일 일정 액수의 사이버머니를 벌어야 월급을 준다"고 설명했다. 리니지 게임을 예로 들면 하루 '100만 아덴' 이상을 쌓아야 한다. 이 정도면 인터넷에서 1만3천~1만6천원가량에 거래된다. 직원들의 월급은 기본급 50만원에 성과급을 포함해 70만~80만원 정도. 성과급은 한 개에 10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거래되는 '대박 아이템'을 땄을 때 주어진다.

이렇게 모인 아이템들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팔려나간다. 해당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아이템·사이버머니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살 사람은 얼마든지 널려있다. 전국에 수백만명의 게임 마니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업주 B씨는 "직원들과 8대 2로 분배하면 월 1천만원은 무난하게 번다"고 했다.

◆가출·미성년자를 주로 고용

짱구방에서 일한 지 5개월째라는 정모(18)군의 하루는 모니터 앞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하루종일 온라인 게임을 하고 사무실 쪽방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되풀이한다. 정군은 "게임에 빠져 2년 전 학교를 그만뒀고 지난해 가출한 후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직원들은 정군처럼 게임에 중독된 경우가 많다. 짱구방 매니저 김모(21)씨는 "20대 초중반의 게임중독자나 가출 청소년들을 고용하는데 이런 애들이 많아 직원을 뽑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짱구방은 화재에도 무방비다. 불법복제 게임CD를 쓰다 보니 허름한 상가건물에 간판조차 없다. B씨의 짱구방 경우 대낮에도 사무실 옆 쪽방에서 7명이 뒤엉킨 채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방안은 벗어놓은 옷가지와 재떨이, 라면봉지, 과자봉지 등 인화성 물질이 널려 있었지만 소화기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 짱구방에 대한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이 포커, 고스톱 게임과 같은 도박 게임의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 팔 경우에만 사행성을 인정해 처벌대상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경찰서 김경우 경제1팀장은 "현재로선 짱구방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방안전 단속 정도로는 짱구방 확산을 막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업계에서는 게임산업 진흥을 외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법망을 피한 불탈법 돈벌이가 성행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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