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니들이 밤에도 연습한다고 (실력이) 느냐. 아프지만 마라. 그냥 들어가" 괌 전지훈련에서 투수들의 야간 훈련에 동참했던 베테랑 이상목(36), 전병호(34), 조진호(32)를 두고 선동열 삼성 감독이 던진 농담이다. 연습량을 좀 더 늘린다고 실력이 일취월장할 나이가 아니라는 의미로 들리지만 사실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나이는 들었으나 야구에 대한 이들의 욕심만은 어린 선수들 못잖아 구슬땀을 쏟는다. 특히 재기를 꿈꾸는 조진호의 각오는 다부지다. 누구보다 화려했던 시절은 잠깐이었고 나락으로 떨어지며 사라져갔던 기간은 길었기에 마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조진호에게 '한국인 메이저리거 2호',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투수'는 빛나는 지난날의 한 자락. 부상 탓에 메이저리그에서 2승을 끝으로 방출된 뒤 2003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지만 4승5패, 평균 자책점 5.20에 그치며 다시 방출된 것은 아픈 과거다. 스스로 생애 가장 큰 잘못이라 밝힌 병역 비리에 휘말려 8개월간 감옥에서 보낸 세월은 더욱 쓰라리다.
4년여 공백 기간 동안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 "좋아하던 야구를 그렇게 그만두면 평생 후회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감옥에서도 운동 시간에 달리기를 하며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2006년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홀로 재활 운동에 매달렸다.
다행히 SK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던 김태한 삼성 투수코치의 주선으로 삼성과 접촉, 지난해 말 연봉 5천만원에 입단했다. 가진 건 없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몸이 완전치 않은 데도 받아준 코칭 스태프가 고마웠고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구위가 예전만 못해 그의 재기를 낙관하긴 이르다. 그래도 인생의 질곡을 헤쳐 나온 의지력에 더해 주무기였던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가다듬는다면 더 이상 시속 150km를 넘는 공을 던지지 못해도 충분히 타자를 요리할 수 있을 전망. 삼성의 최고참 투수 전병호가 본보기다.
코칭 스태프의 평가는 희망적이다. 선 감독은 "아직 제구가 완전치 않지만 많이 노력한 덕에 오래 쉰 것 치곤 상당히 잘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발로 뛸 기회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마쓰 코우지 트레이닝 코치도 "생각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경기 후 생기는 팔꿈치 통증도 2, 3일 후면 사라질 정도로 상태가 괜찮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당한 사고로 얼굴에 난 흉터를 가리기 위해 기른 수염과 푹 눌러 쓴 모자 사이로 보이는 조진호의 눈빛은 부활 의지 만큼이나 강렬했다. "포수 미트에 공을 넣지 못할 때까지 야구를 하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야구이니까"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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