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2호선 운행 중단 사고 때 일부 전동차가 30여분 동안 터널에 갇히고 복구작업에 1시간 40분이 걸린 데는 대구지하철공사 측의 허술한 대응 탓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진이 대구지하철공사의 '단전사고 대응 매뉴얼'을 분석한 결과 이번 사고에서 2대의 열차는 내당-반고개역, 죽전-감삼역 사이 터널 속에 30분이나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뉴얼 상에는 단전사고시 달리던 속도를 이용해 전동차를 다음 승강장에 정차시키는 상황만 예상하고 있을 뿐 이번 사고에서 터널에 갇혔던 2대의 전동차처럼 오르막에서 속도를 잃고 꼼짝없이 갇히는 경우는 마땅한 대응책이 나와 있지 않은 것. 공사 관계자는 "다른 전동차들은 타력(관성)으로 안전하게 승강장에 정차,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지만, 2대의 전동차는 안내 방송 외에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만일 터널에 갇힌 채 화재라도 발생했다면 꼼짝없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당일 만촌역을 찾은 김범일 대구시장도 "왜 30분이 지나도록 대피시키지 않았나"며 공사 측의 잘못을 지적했다.
복구작업을 지연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던 만촌역 변전소 내 화재 방재 시스템도 문제였다. 공사 측이 CO2를 조급하게 터뜨려 복구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변전소 내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와 곧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서둘러 CO2를 터트렸다"며 "솔직히 과잉 진압인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공사 측은 또 사고 발생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소방당국에 사고를 접수한 이유에 대해서도 "인명 피해가 없어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답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5일 고압전류를 낮춰 선로에 공급하는 변압기 차단기에 갑자기 과전류가 흐른 원인 등 만촌역 변전소 내 전력 차단기 화재사고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경찰은 기기 자체의 결함이 드러날 경우 전력차단기를 설치한 업체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와는 별도로 늑장대응 부분도 조사해 직무태만 사실이 드러나면 관계자를 사법처리키로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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