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대운하] ⑨시리즈를 끝내며

"국토 효율성 극대화"-"장마때 대재앙 불보듯"

▲ (사진 왼쪽부터)한건연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지홍기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
▲ (사진 왼쪽부터)한건연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지홍기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

'찬성 46.9% 반대 40.4%'.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다. 운하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70%가 넘었지만 막상 건설 자체에 대해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시나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을 제외하면 지역 여론 역시 아직까지는 조용한 편이다. 지역 전문가 그룹도 아직 찬반 어느 쪽으로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타지역에 비해 눈에 띄는 편이 아니다. 아직 새 정부에서 운하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많이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4월 총선이 끝나야 이 같은 정중동(靜中動)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면서 한반도 대운하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정리 이상헌기자

▶ 찬성-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한건연 교수

경부운하는 여러 측면에서 충분한 타당성과 필요성을 확보하고 있다.

낙동강-한강 연결구간의 터널 굴착 등 기술적 장애요인들은 현재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높은 하상계수 때문에 운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미 댐으로 물관리를 하면서 한강은 과거 390에서 90, 낙동강은 370에서 260으로 낮아졌고 운하 준설공사를 통해 더 낮아질 것이다. 사실 준설은 운하와 관계없이 낙동강 중하류에서 이미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하상계수가 낮아지면 이수와 치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운하로 홍수위험이 더 커진다는 일부의 주장은 전문가 입장에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는 전국토의 효율성 및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국토개조사업이 될 것이다. 다양한 규모의 물류기지 건설과 첨단기술 중심의 부품, 신소재산업 집중 배치로 낙후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나아가 국토개조 관련 기술의 해외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낙동강 프로젝트 등 여타 관련 계획과 유기적 연계가 가능해 내륙도시들이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국민 문화수준 및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친환경적 경부운하 건설로 수질 개선, 생태계 보전 등 환경오염 관련 장애요인들도 극복 가능하다. 사실 낙동강과 한강의 BOD, COD 수치는 그동안 엄청난 돈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몇년 새 오히려 상승했고 현재와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는 앞으로도 개선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운하가 건설되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예산 확보도 쉬워져 종합적인 수자원 이치수계획 수립과 대응을 가능하게 해 유역의 용수확보 및 치수능력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낙동강 권역은 94년(최대 갈수년) 수준의 가뭄이 발생할 경우 당장 2011년부터 약 1억3천t의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반대-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

한반도에는 태풍이 있고 장마가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땐 비가 내리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야 하는 국토환경이다. 빗물 저장고(집수역)가 소박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유럽 라인강, 도나우강 지역에는 장마도 태풍도 없다. 연간 강수량도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지만 연중 골고루 내려 기우제도 없다. 알프스 지역의 수많은 자연호수 덕분에 라인강과 도나우강은 끊임없이 물이 흐른다.

결국 우리 강은 태풍이나 장마를 위해 연중 비워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강의 본래 모습이다. 만약 한반도의 강들이 운하가 되면 광폭한 강수패턴에 대응할 수가 없다. 50년 빈도의 집중호우만 쏟아져도 국토의 3분의 1은 패닉상태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강의 모래와 자갈을 건설자재로만 생각하는 것도 참으로 어리석은 실용주의이다. 모래와 자갈은 물을 정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속에 사는 생물은 물론이고 인간도 그들 때문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강바닥 아래에는 지하수층과 사이에 '물길지표층'이라는 모래자갈층이 두텁게 발달해 있다. 그런 강을 모조리 준설해 운하건설비용에 충당한다면 강은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대운하 프로젝트는 절대로 실행해서는 안 된다. 대운하는 경부고속도로 정도의 '국토 성형' 수준이 아니다. 한반도의 문화적 배경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숭례(崇禮)의 후손을 한반도에서 내모는 위험한 발상이다. 한반도는 하나뿐이며 개발사업을 연습할 만한 여분의 국토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운하 개발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생명살상을 민주주의로 세탁하고, 자연과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禮)를 허무는, 돈을 앞세운 실용주의에 대한 항복일 뿐이다. 차라리 운하 때문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대규모 생태계 파괴의 책임자를 찾아내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반도 대운하 개발에 관한 증거기록 국민운동'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 절충-영남대 토목공학과 지홍기 교수

한반도 대운하 전체 구간 중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구간은 운하가 어렵다. 충주 쪽의 달천과 문경 쪽의 영강은 산지하천으로 30~50m의 좁은 하천에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하다. 양 하천에 10m의 수위차를 조절하는 갑문 40여 개가 필요하고 운하수로를 제내지(하천 밖)에 둘 경우 수많은 농경지와 주택 등이 편입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천굴곡이 심해서 터널구간이 다수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주운을 위해서는 수자원 확보가 필수적인데 달천이나 영강 쪽에는 수자원을 공급할 만한 저수지가 없고 신규 저수지도 건설할 적지가 없는 실정이다. 대안으로 충주댐(저수용량 27억㎥)에서 연간 6억㎥의 주운 용수를 끌어올 수 있으나 수도권과 충북·강원 일부 지역에서 수리권(水利權) 반발이 예상된다.

남한강 중하류(충주~서울~김포~인천)와 낙동강 중하류(부산~구지~성서~구미) 구간은 운하가 가능하다. 단지 낙동강 운하는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1단계인 낙동강 하구~달성 구지 구간(130㎞)은 현재의 하천수량으로도 주운이 가능하지만 2단계 구지~성서구간(30㎞), 3단계 성서~구미구간은 낙동강 상류에 추진 중인 저수지들을 조기에 준공하는 등 보다 많은 수자원 확보가 되면 물길수송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물류수송은 철도·도로 운송시스템으로서 생산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이 물류기지를 거쳐서 선박에 선적될 때까지 물류단계가 최소 9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부두선하역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고비용의 부두시설 사용이 불가피하다. 반면 낙동강 연안에 하천항이 개설되고 물류기지가 들어선다면 바지선수송 방식은 육상수송 방식의 물류단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선박시스템도 견인선과 바지선을 분리하는 한국형 바지시스템(선단식)을 개발할 경우 폭 100m, 수심 3m 정도의 운하 수로로도 충분히 주운이 가능하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운하를 추진하되 국민들에게 운하를 통한 물류혁신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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