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용병투수 오버뮬러 "훈련량 적응 진땀"

"한국은 왜 이리 일찍 전지훈련을 시작하죠?" 27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삼성 라이온즈의 새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32)가 불쑥 던진 질문. 함께 자리했던 최무영 운영팀장이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워낙 빨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농담 삼아 말하자 오버뮬러는 이내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어요. 무엇이든 빨리 하는 버릇은 세계 최고예요"

동계 전지훈련에서 훈련량이 많은 점도 오버뮬러가 놀란 점이다. SK 와이번스의 훈련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기자의 한마디에 오버뮬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러자 옆에서 식사를 하던 한국 생활 2년차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가 거들었다. "이 정도 훈련량이면 메이저리거들은 본 경기에 뛰지도 못할 거예요. 한국 선수들은 정신력이 대단합니다"

사실 오버뮬러의 현재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다. 어깨가 결리는 증세 때문에 예정됐던 연습경기 출전을 미루기도 했고 막상 시합에 나가서도 기대 만큼 잘 던지지도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배영수에 이어 제2선발 자리를 맡아야할 오버뮬러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버뮬러는 이에 대해 "예전까지 내가 해왔던 것보다 일찍 팀 훈련에 합류했는데도 한국 선수들이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는 것을 보고 나도 욕심이 났다"며 "훈련을 따라가기가 힘이 부쳤는데 보조를 맞추려다보니 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 도중 훈련 속도와 양에 대해 오버뮬러가 질문을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는 낯선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데다 팀의 핵심 전력으로 미리 분류되는 까닭에 그만큼 부담이 크다. 오버뮬러가 선 감독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아온 것도 보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시즌 중인 일본야구에서 잠시 뛰었을 뿐, 동양식 전지훈련을 처음 경험해본 탓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것.

그래도 오버뮬러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충분히 제2선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진단이다. 최 팀장을 비롯해 오버뮬러와 함께 저녁을 먹던 구단 관계자들은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시즌에 들어가서 네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다독였다. 오버뮬러도 "몸 상태를 점검해가며 훈련량과 속도를 조절하겠다. 이젠 서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오키나와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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